미국 애플이 부품을 공급받는 해외업체들의 명단을 밝히고, 이 업체들의 노동환경에 대한 외부 감시를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애플이 해외 생산위탁 업체의 열악한 노동환경을 외면하고 있다는, 지속적인 비판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애플이 정보통신기술 분야 업체로는 처음으로 ‘공정노동위원회’(Fair Labor Association)에 가입했다고 블룸버그가 14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애플의 이번 조치로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를 포함한 해외 부품 공급업체들에 대한 조사ㆍ감독이 강화될 것이라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그동안 애플은 자사 제품을 생산하는 해외 공장에서의 끊이지 않는 사고로 비판을 받아 왔다. 아이패드와 아이폰을 생산하는 중국의 윈텍(Wintek) 공장에서는 노동자 137명이, 애플 로고 광택작업을 하는 윈헝메탈(Yun Heng Metal) 공장에서는 최소 8명 이상이 노말헥산에 중독됐다.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조립하는 중국 중부 폭스콘(Foxconn) 공장에서는 16개월 동안 14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한 해 폭발사고가 두 차례나 발생했다. 시민단체들은 아이패드 케이스 광택작업으로 인한 알루미늄 먼지의 발화에 따른 폭발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Foxconn 공장 노동자 300명은 옥상에서 투신자살하겠다며 노동환경 개선을 거세게 요구하기도 했다.
작년에는 청도 아이패드 생산공장에서도 불이 나 3명이 사망하고 15명이 다쳤다.
애플은 앞서 연례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외부 위탁업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229차례 감사에서 미성년자 고용, 임금과 복지 조건 위반, 인근 농가에 폐수 무단방류, 기계 안전장치 미비 등 위반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13건의 미성년 아동 고용, 90개 공장의 불법 근로시간 초과가 적발됐다. Foxconn에서는 군대식으로 노동을 착취한 사례가 지적됐다.
FLA 가입에 따라 애플과 부품 공급업체들은 앞으로 유엔 국제노동기구(ILO)가 승인한 노동기준을 준수하고 감사보고서를 제출하게 됐다. FLA는 해외 의류 공급업체의 노동환경 문제가 대두된 1999년 만들어졌고, 현재 나이키, 아디다스 등 33개 업체들이 가입한 상태다.
그러나 이같은 애플의 노력이 얼마나 성과를 거둘지는 의문이다. 독립 감사는 만병통치약(panacea)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조프리 크로탈(Geoffrey Crothall) 중국 노동자 인권단체 홍보책임자는 “문제는 그들(애플)의 감사 여부가 아니라 노동자들이 합리적인 대우를 받느냐다”라며 “노동자들에게 필요한 것은 작업장에서의 효과적인 목소리”라고 블룸버그에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