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지주사 눈앞 농협, 독립땐 총 자산 237조…보험사 M&A 나서면 업계 지각변동 예고
금융권은 농협의 변화가 금융권에 어떤 판도 변화를 몰고 올지 벌써부터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농협 역시 사업구조개편을 앞두고 날을 갈고 있다. 금융부문의 사업전략계획을 차례로 수립하고 있다. 농협은 지난해에는 최악의 전산사고로 금융권의 10대 뉴스에 꼽혔다면 올해는 금융권의 다크호스가 될 태세다.
◇은행 등에 업고 보험 강화= 농협이 중앙회 체제 하에서 금융산업을 해나가는데 벗어나면서 가장 긴장하는 곳은 보험업계다. 농협의 보험부문이 금융지주 체제에서 자회사로 독립하면 단숨에 업계‘4위’로 뛰어오르게 된다.
특히 금융기관 창구를 통한 보험판매인 방카슈랑스 시장은 농협이 돌풍의 핵으로 떠올랐다. 오는 13일부터는 농협조합과 농협은행이 금융기관 보험대리점에 등록되면서 방카슈랑스 영업을 할 수 있게 된다.
농협 보험이 단위농협까지 합할 경우 전국 5400여개에 달하는 농협지점을 등에 업고 영업강화에 나서는 만큼 업계에게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더욱이 농협 은행부문의 1160개 점포 이외에 4300개의 단위조합은 ‘특정 보험사 판매비중이 25%를 넘기면 안 된다’는 방카슈랑스 규제를 향후 5년간 유예받는다. 신생업체가 시장점유율을 확대할 기회와 여건이 모두 갖춰진 셈이다.
농협도 내부 체제 정비를 통해 보험 사업 확대에 강한 의지를 나타내고 있다. 금융부문 중 보험에서만 700여명의 인력을 확충했다. 농협은 생명부문의 총자산은 2011년 32조원에서 2020년 76조원으로, 같은 기간 농협손해의 총자산은 9000억원에서 12조원으로 늘리겠다는 야심찬 계획까지 세웠다.
농협이 보험회사의 인수·합병(M&A)에까지 나설 경우 보험업계는 일대 지각변동이 일어날 수 밖에 없다.
◇은행부문 정부규제에 아리송= 농협의 은행부문은 무작정 자산을 늘리지만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최근의 가계부채 증가세 억제 대책에 발 맞춰 상호금융들의 건전성 규제도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는 올해‘상호금융업감독규정 개정안’을 의결할 계획이다. 지난달 입법예고한 개정안은 특정인이나 기업에 대한 대출을 최대 50억원으로 제한했다. 상호금융업에 대한 대손충당금 분류기준도 은행수준으로 높여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 서민들이 대출 받기가 한층 어려워진다.
농협으로서는 은행부문의 사업 계획을 세우는데 어려움이 따르는 것이다. 또 올해는 경기가 악화하면서 은행권의 순이익도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대부분의 시중은행들도 내실경영으로 사업방향을 잡고 있어 농협은행도 정부의 눈밖에 나지 않는 조심스런 경영을 해나갈 것이란게 금융권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경제지주 고사하나= 농협의 사업구조 개편에서 업계의 관심은 금융지주에 쏠려 있다. 공룡 농협이 공룡 금융으로 변하게 된다는 것이다. 업계의 관심 밖이지만 사업구조 개편에는 경제지주도 포함돼 있다. 경제지주에는 농협마트, 농협물류, 농협식품 등이 포함돼 있다.
하지만 이번 사업구조 개편으로 경제지주 부문은 고사할 것이란 문제제기도 잇따르고 있다. 농협의 경제지주가 독립적인 자본과 경영권, 인사권 등을 갖는 판매사업으로 전환되기 보다는 농협중앙회 산하의 형식적인 자회사로 남았기 때문이다.
또 경제사업 가운데 유통판매 사업을 2015년 3월까지 언제, 어떻게 경제지주로 이관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세워지지 않았다. 때문에 사업구조 개편이 진행된 뒤 농협중앙회는 금융지주 위주로 편성돼 경제부문의 사업은 갈수록 축소될 것이란 염려가 제기되고 있다.
정부의 지원금 규모가 1조원 부족한 점도 경제지주에게는 걱정거리다. 정부가 농협의 사업분리에 따른 지원금 규모를 당초 4조원에서 1조원 늘린 5조원으로 새해 예산안을 처리했지만 이는 농협이 요구한 6조원에는 미치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