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사망 소식이 전해진 19일(현지시간) 원화 약세를 부추긴 주범은 ‘와타나베 부인’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일본의 개인 외환 투자자들을 일컫는 와타나베 부인들은 김 위원장의 사망으로 한반도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고조되자 원화 매도에 나섰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다이와증권의 세키야마 후미타카 온라인 상품 부문 책임자는 “개인 중에서도 투자 경험이 풍부한 투자가들이 김 위원장의 사망 소식에 발빠르게 움직였다”면서 “이들은 원화를 팔고 엔화를 샀다가 재빠르게 원화를 되사들였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도쿄금융거래소가 운영하는 온라인 외환거래사이트 클릭365에서 19일 오후 12시1분29초경 원·엔 환율은 6.741엔이었으나 불과 4초 후인 12시1분33초에는 6.419엔으로 하락했다.
김 위원장의 사망 소식에 반사적으로 원을 팔고 엔을 매입했다가 차익을 챙긴 후 곧바로 팔았다는 분석이다.
이날 하루 거래에서는 표면상 원 매수·엔 매도 움직임이 강했다. 원 매도 주문은 지난 주말 대비 145건 증가해 323건이었다.
그러나 원 매입 주문은 그 이상으로 증가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원 매입 주문은 지난 주말보다 583건 증가한 845건으로 원·엔 거래 전체에서 차지하는 원 매입 비율은 72.8%로 9월19일 이후 3개월 만에 최고 수준이었다.
오카산 온라인증권의 다케베 리키야 투자전략부장은 “개인들은 한반도의 긴장감이 일시적이라고 보는 것 같다”고 해석했다.
앞서 북한이 탄도 미사일을 발사해 한반도 정세가 극도의 긴장에 빠진 적이 여러 차례 있었지만 후유증이 길어진 적은 극히 드물었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다.
다케베 부장은 “긴장이 완화하면 팔린 원화는 조만간 재매수에 나서는 투자자들로 오름세를 보일 것이라는 역발상이 와타나베 부인들을 원화 매수로 이끈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12월 들어 지난 주말까지 모든 통화 페어 거래 순위에서 ‘원·엔’ 은 26개 통화 페어 중 22위에 머물렀으나 19일에는 단숨에 11위로 부상했다.
‘인도 루피·엔’과 ‘중국 위안·엔’도 덩달아 8위와 14위로 뛰었다.
신문은 달러·엔 거래가 보합권에서 변동을 거듭하는 가운데 고수익 기회를 노린 개인 투자자들의 관심이 아시아 통화로도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20일 오후 3시 현재 달러·원 환율은 전날보다 0.96% 내린 1164.73원에 거래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