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만의 한국시리즈 문턱서 주저앉은 롯데

입력 2011-10-23 18:13

  • 작게보기

  • 기본크기

  • 크게보기

12년 만에 한국시리즈 진출을 노렸던 롯데 자이언츠의 꿈이 무산됐다.

한국시리즈에 올라가 '불세출의 투수' 고(故) 최동원 선배의 영전에 우승을 바치려던 염원도 함께 좌절되고 말았다.

1989년 이후 처음으로 정규시즌을 2위로 마치고 플레이오프에 직행한 롯데는 지난 3년간 준플레이오프 첫 관문에서 번번이 탈락했던 과거의 모습과는 확연히 달랐다.

롯데는 선발진과 공격력의 우위에다 기동력과 수비에서도 SK 와이번스와 대등한 모습을 보이며 시리즈를 5차전까지 몰고 가는 데는 성공했다.

하지만 큰 경기 경험이 부족한 롯데 선수들에게 지난 4년간 한국시리즈에 진출해 3차례나 정상에 오른 '우승 전문가'들로 구성된 SK의 벽은 높았다.

결국 롯데는 SK의 관록을 넘어서지 못하고 5차전에서 아쉽게 패하며 2승3패로 플레이오프 시리즈를 내주고 말았다.

◇전반기 투타 부조화 속 꼴찌까지 추락 = 신임 양승호 감독을 영입한 롯데는 시즌 초반 불안한 출발을 보였다.

4월 한 달간 7승2무14패에 그치며 한때 꼴찌까지 추락할 정도로 혹독한 봄을 보냈다.

롯데의 초반 부진은 마운드가 문제였다.

지난 시즌 최고의 활약으로 올해 기대를 품게 했던 투수 이재곤과 김수완이 '2년차 징크스'란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동반 부진을 겪었다.

더군다나 선발이 잘하면 방망이가 안 터지고 방망이가 터지면 투수들이 점수를 내주는 투타의 불균형이 지속됐다.

3년 연속 포스트 시즌 진출을 일궈낸 제리 로이스터 전 감독을 잃은 롯데 팬들도 새 감독에게 호의적이지 않았다.

6월까지 성적이 안 나면서 팬들이 '무관중 운동'을 시도하려는 움직임마저 보였다.

여기에다 3루수 전준우, 좌익수 홍성흔, 마무리 고원준, 중간계투 브라이언 코리 등 선수 기용과 관련된 벤치의 시행착오로 조직력이 흐트러졌다.

하지만 롯데는 여름 이후 차근차근 팀을 만들어가기 시작했다.

그 결과가 바로 송승준-사도스키-장원준-고원준-부첵으로 이어지는 선발진이다.

롯데는 5선발 체제로 선발 중심의 야구를 펼치면서 틀을 잡아갔기 시작했고 전반기 막판 4연승을 거둘 정도로 확연한 상승기류를 탔다.

◇후반기 대반전…원동력은 마운드의 안정 = 전반기 38승3무41패로 5위에 그쳤던 롯데는 후반기 대도약에 나섰다.

대도약의 원동력은 마운드의 안정이었다.

롯데 마운드는 후반기 평균자책점 3.81로 최강 마운드를 자랑하는 삼성(2.99)에 이어 두 번째로 좋았다.

투수진에서는 장원준(15승), 송승준(13승), 사도스키(11승)가 모두 10승 이상씩을 해내며 후반기 대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3연전 시리즈에서 단 한번도 싹쓸이 패를 당한 적이 없을 정도였다.

롯데의 불펜진 역시 후반기 역투로 팀의 뒷문을 확실하게 지켜냈다.

특히 전반기까지 실험했던 고원준 카드가 실패로 끝난 뒤 선택된 김사율(5승3패20세이브)은 후반기에만 16세이브를 챙기며 '율판왕'이라는 애칭까지 덤으로 얻었다.

간판 타자 이대호는 타율(0.357), 출루율(0.433), 최다안타(176개) 1위를 차지하며 이름값을 톡톡히 해냈다.

선두 타자 전준우의 활약과 후반기 들어 가장 돋보인 김주찬은 피해갈 수 없는 다이너마이트 타선을 구축하는 데 혁혁한 공헌을 했다.

롯데는 결국 후반기 투타의 조화를 앞세워 32승2무15패로 전 구단 가운데 최고 승률을 기록하며 정규리그 2위를 확정 지었다.

롯데가 정규리그를 2위로 마친 것은 1989년 단일시즌 제도(1999~2000년 양대리그 제외)가 도입된 이래 처음이다.

◇내년 시즌, 기대보다는 걱정이 앞서는 롯데 = 롯데는 신임 양승호 감독 체제하에서 스프링캠프 때부터 수비와 주루 능력을 강화했다.

세밀함을 보완하지 않고는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룰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 힘은 가을 야구에서 그대로 나타났다.

지난 3년간 포스트 시즌에서 항상 수비 때문에 고생했던 롯데는 SK와의 플레이오프 시리즈에서는 견고한 수비로 실점을 최소화했다.

주루 역시 SK에 못지않은 모습을 보이며 '작은 야구'에서도 강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또한 선수들이 포스트 시즌의 절대강자인 SK와 팽팽한 대결을 벌이며 경험을 쌓았다는 것도 내년 시즌에 소중한 자산으로 작용할 수 있다.

다만 걱정스러운 부분은 좌완 에이스 장원준의 경찰청 입대가 예정돼 있고 4번 거포 이대호가 올 시즌을 끝으로 자유계약선수(FA)로 풀린다는 점이다.

어찌 보면 롯데의 전력은 올해가 최고였다.

그래서 롯데에는 2011시즌이 성취보다는 아쉬움이 더 크게 느껴지는 한해였다.

부산/연합뉴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뉴스
댓글
0 / 300
e스튜디오
많이 본 뉴스
뉴스발전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