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계 자금 동향 촉각…금감원, 유동성 확보 지시
최근 그리스발 유럽재정위기로 인한 세계경제 위기에 대비해 금융당국이 시중은행들에게 외화 유동성에 만전을 기할 것을 지시했다. 이에 대해 국내 은행들은 외화유동성 상황이 급격히 악화할 가능성이 낮다고 예측하면서도 추가 외화자금을 확보에 나서고 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12개 시중은행을 대상으로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한 외환 스트레스 테스트를 한 결과 일부 은행들에게 추가로 외화 유동성 확보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15일 밝혔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지난 2008년 리먼 브러더스 파산 사태에 버금가는 최악의 신용경색상황을 가정한 테스트였다”며 “은행들에 모자란 외화유동성을 좀 더 확보하도록 주문했다”고 말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금융시장에 불필요한 오해를 낳을 수 있다는 이유를 들어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한 은행의 개수와 추가 조달해야 하는 외화자금의 규모는 공개하지 않았다.
금융 당국이 외화유동성 추가 확보를 주문한 것은 국내 외화자금의 약 30%가 유럽계 자금이라는 우려에서다. 최근 금융시장 불안의 주범인 그리스 디폴트(채무불이행) 우려가 현실화되면 유럽계 자금이 가장 먼저 빠져나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은행들은 외화유동성 상황이 급격히 악화할 가능성은 작다는 의견이다. A은행 자금담당 부행장은 “외화자금시장에서 우리나라에 대한 평가가 그리 나쁘진 않다”며 “최근 중국계 등 외화유동성 다변화도 함께 추진하면서 과거보다 충격에 대비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성병수 동양종합금융증권 연구원도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외화건전성 지표가 개선됐다”고 말했다.
다만 금융시장에서 위기가 또다시 발생할 경우 은행들이 외화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어 절대적으로 안전하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게 성 연구원의 평가다.
따라서 은행들도 추가 외화자금 확보에 나서고 있다. 국민은행은 최근 외국계 금융회사로부터 1억달러 가량 ‘커미티드라인’(마이너스대출 성격의 금융회사 간 단기 외화차입선)을 확보하고, 외화채권 발행 한도도 6억달러에서 10억달러로 늘렸다.
우리은행은 지난달 중순 10억달러 어치 커미티드라인을 확보했으며, 하나은행도 지난달 일본계 금융회사로부터 2억달러 어치 커미티드라인을 확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