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비율 대출 늘리라며 경쟁자제 요구 ‘가계부채 연찬륙 방안’ 자기모순 빠져
금융당국이 여전히 시장과의 소통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등 금융권 현안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여러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시장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으면서 혼란만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18일 금융당국과 은행 관계자 말을 종합하면, 정부의 고정금리형 대출 비중 확대 방안을 놓고 혼선을 빚고 있다.
가계부채를 늘리는 과당경쟁을 자제하라면서도 고정금리형 대출 비중을 확대할 것을 주문하고 있어서다. 당장 이자가 싼 변동금리를 포기할 대출자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고정금리형 대출 비중을 높이기 위해선 신규 대출을 늘려야 하는 모순에 빠져있기 때문이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29일 ‘가계부채 연착륙 방안’을 내놓으면서 변동금리·거치식·일시상환형 일변도의 가계대출 구조를 2016년까지 고정금리·비거치식·분할상환형 비중을 30%까지 확대하는 방향으로 개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A은행 관계자는 “최근 금융당국 의견을 바탕으로 국민은행이 4%대 고정금리형 대출 상품을 내놓았지만 결국은 신규 대출자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이라며 “‘고정금리형 대출 비중 확대=가계부채 확대’로 이어지기 때문에 정부의 주문은 서로 대립점에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우리은행이 출시한 ‘매직7 적금’도 국민은행의 장기·고정금리형 대출상품과 비슷한 경우다. ‘매직7 적금’은 고객의 신용카드 사용실적에 따라 최고 연 7.0%의 고금리를 제공하는 것. 문제는 고금리를 받기 위해선 카드 사용을 늘릴수 밖에 없으며, 이는 금융당국의 ‘카드 과당경쟁 억제’ 목표와 대치된다는 점이다.
B은행 관계자는 “올해 초만 하더라도 (매직7 적금과 같은) 상품을 만들 때 카드소비를 부추길 수 있다는 금융당국의 지적을 받았다”면서 “카드대란 촉발 우려가 줄어든 것이 아닌 상황에서 금융당국이 상품을 허가해 주니 혼란스러울 뿐”이라고 말했다.
이런 혼선의 근본 배경은 정부가 정책을 운영하면서 시장과 충분한 소통을 하지 못한 데 따른 것이다. 물론 올해 초부터 시장과의 대화에 나서고 있지만 아직 시장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되지는 않았다는 게 은행권의 주장이다. 한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성급하게 성과를 보여주기 위해 정책을 내놓고 은행에 부합되는 상품을 요구하지만 정책 시장의 목소리가 반영되지는 않고 있다”며 “서로 다른 영역에 있지만 담당자들이 큰 틀에서 정책의 방향성을 제시해줘야 이같은 혼선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