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전산장애…사고가 아닌 人災

입력 2011-04-14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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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신(新)신용 시스템 도입하며 서버 확충, 반면 인력은 그대로, 아웃소싱 의존

농협이 정신이 나갔다. 전산장애가 3일째 이어지고 있지만 당최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소 잃고 외양간이라도 고쳐야 하는데 이마저도 제대로 되지 않는다. 전문인력 부족, 관리 소흘, 후속 대책 미흡이란 총체적 부실을 드러냈다.

14일 농협에 따르면 전산망을 복구하는 인력은 200여명이다. 언뜻 많아 보일수 있으나 타행에 비해서는 절반도 채 되지 않는다. 농협 고객은 2000만여명이다. 단위농협까지 합하면 지점은 5000여개에 달한다. 막대한 정보량을 담당하는 서버를 고치는데 투입한 인력 치고는 지나치게 적다는 지적이다.

시중은행의 전산 관리 최고 책임자는 “200여명의 인력으로는 평소 서버를 관리하는 데도 힘에 부칠 것”이라고 말했다.

농협은 2009년 초 늘어나는 정보량을 감당하기 위해‘신(新)신용 시스템’을 도입했다. 2년이란 공을 들여 전산망을 대폭 확충했다. 이에 반해 전산망을 관리하는 정보기술(IT)본부분사의 인력은 늘지 않았다.

현재 IT본부분사 직원은 550여명이다. 경제·유통 담당 직원을 빼면 실제 전산 관리 작업은 200여명이 담당한다. 이 때문에 농협은 아웃소싱에 의존했다. 이번 인재의 발단이기도 하다. 농협은 전산망 장애는 외부업체의 서버 관리 직원의 노트북에서 삭제 명령이 내려지면서 시작됐다. 관리 소흘을 여실히 드러낸 것이다.

후속 대책은 미흡하기 짝이 없다. “복구됐다”는 양치기 거짓말만 네번이나 했다. 아직까지 신용카드 현금서비스 및 체크카드 거래는 정상화 되지 않았다. 농협은 이날 오후 12시까지 복구한다는 계획이다.

신뢰도도 추락하고 있다. 고객의 불만은 급증하지만 최원병 농협회장은 일언반구도 없다. 서울 명동지점에서는 13일 십여명의 고객들이 계단에 쪼그려 앉아 거래 재게를 기다리는 진풍경을 연출하기도 했다. 이들은 “10시까지 창구거래를 복구한다”는 농협의 거짓말 때문에 발길을 되돌려야 했다.

고객 정보가 일부 손상됐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금융기관의 서버 파일은 최고 관리자 권한이 아니면 삭제가 불가능하다. 은행 전산관리자는 “중요 파일이 삭제됐다는 것은 최고 관리자 권한으로 접근한 것”이라며 “저장되지 않은 일부 파일의 손상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사고 규모의 축소와 은폐에 급급했던 농협은 결국 손을 내밀었다. 최종 원인 규명은 검찰을 통해 이뤄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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