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 75% 찬성하면 워크아웃 돌입
위헌논란이 불거졌던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에 대한 정부 합의안이 도출됐다.
31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법무부는 마지막까지 이견을 보였던 기촉법의 쟁점들에 대해 최근 의견조율을 마쳤다.
위헌논란의 핵심 쟁점이었던 채권금융기관 공동관리(워크아웃) 개시조건은 신용공여액 기준으로 4분의 3(75%) 이상의 찬성으로 합의됐다. 당초 법무부는 4분의 1에 해당하는 소수 채권금융기관의 의사를 무시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입장을 고수했지만, 워크아웃에 반대하는 채권자의 재산권 침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보완규정이 추가되면서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완규정과 관련, 금융위와 법무부는 반대매수가 청구된 채권의 매수기한을 6개월로 명시키로 했다. 지난해 12월에 만료된 과거 기촉법은 반대매수가 청구된 채권의 매수기한을 ‘경영정상화 이행기간 내’로 규정했기 때문에 매수기한이 5~6년까지 장기화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합의로 매수기간을 6개월로 명시함으로써 반대매수권 행사자의 재산권을 이전보다 보호할 수 있게 됐다.
또한 금융위와 법무부는 반대매수가 청구된 채권의 매수의무자를 찬성채권 금융기관으로 명시한다는 것에도 합의했다. 과거 기촉법 체제에선 채권금융기관 협의회에 매수의무가 부과됐지만, 찬성채권 금융기관에 매수의무를 부과하는 것이 법논리상으로 더욱 명확하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다.
앞서 금융위와 법무부는 기업의 경영자율권을 강화하는 규정들에 대해서도 합의를 이뤘다. 합의안에 따르면 향후 워크아웃은 채권금융기관이 아닌 기업의 신청에 의해 개시된다.
주채권은행은 신용평가 결과만 기업에 통보하고, 기업이 워크아웃에 들어갈지 여부를 결정하는 형식이다. 물론 기업이 워크아웃을 신청하더라도 채권단이 기업의 경영정상화계획을 승인하지 않을 경우엔 워크아웃 대신 청산절차가 시작된다.
금융위는 법무부와의 의견조율 결과를 반영한 합의안을 오는 4월 임시국회에서 정무위원회안으로 제출할 계획이다. 여야도 4월부터 기업 신용위험 평가가 시작된다는 사실을 감안해 법안에 대한 논의를 서두를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 관계자는 “부실기업 구조조정 시즌이 시작되는 만큼 기촉법이 조속히 국회에서 처리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채권은행들은 이달 말까지 확정되는 기업들의 재무제표를 토대로 다음달부터 정기 신용위험평가에 착수한다. 대상은 금융권 신용공여액 500억원 이상 기업으로 올해 2000곳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