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의 ‘기름 값이 묘하다’라는 발언과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의 가격인하 방식의 재검토 주문이 통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번 인하가 정부의 압박에 울며겨자 먹기식의 ‘가격인하 담합’이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알 일이다.
정유사들이 난방유 값을 내린다고 기름값이 안정될까. 중동에 부는 민주화 바람으로 ‘오일쇼크’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브렌트유는 2주일새 무려 10%나 뛰며 가장 불안한 외생변수로 자리잡고 있다. 기업을 압박한다고 해결될 차원의 문제가 아닌 것이다.
그럼에도 꼭 기업을 압박해야 한다면 정부도 압박을 당하는 기업만큼이나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 그래야 ‘압박의 명분’이 있다. 정부의 기업 압박에는 명분이 없다. 기름값의 절반을 차지하는 유류세(연 20조원 수준)의 인하를 완강히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우리 기름값은 아직 견딜 만하고 외국과 비교해도 높지 않다”며 “기름값 인하는 석유 과소비 우려를 낳고 국민 복지증진에 꼭 필요한 세수 부족을 초래한다”고 주장한다. 기름의 과소비는 정부가 걱정할 일이 아니다. 서민들은 이미 기름을 아낄대로 아껴쓰고 있다. 과소비할 여유가 손톱만큼도 없다.
정부도 고통 분담에 동참해야 한다. 20조원 이상의 세수를 소비자에 전가해 놓고 과소비 우려·親서민 운운하며 못한다는 것은 말의 앞뒤가 맞지 않는다. 한 업종에 편중된 세금을 분산할 수 있는 다양한 세수 확보를 위한 고민을 했는지도 스스로에 물어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