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금융위기 잊은 美 월가, 또 보너스 잔치
미국 월스트리트의 임직원들은 올해 기록적인 실적에 힘입어 보너스 잔치를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6일(현지시간) 뉴욕주에 따르면 월가는 지난 3분기까지 214억달러(약 25조원)의 순이익을 올려 올해 순익이 지난해 기록한 614억달러에 이어 사상 두 번째 규모를 기록할 전망이다.
기록적인 실적은 월가 임직원들에게 두둑한 보너스를 보장한다.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 JP모건체이스 등 대형은행들은 이미 최고 경영진들에 대한 보너스 지급 계획을 밝혔다.
골드만삭스는 내년 1월 임원에게 총 1억1130만달러의 보너스를 스톡옵션 형태로 제공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로이드 블랭크페인 골드만삭스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14일 종가 기준 총 2430만달러를 받게 되고 게리 코흔 사장은 2400만달러를 수령할 예정이다.
데이비드 비니어 최고재무책임자(CFO)가 2130만달러, 에드워드 포스트 투자관리 부문 공동 대표가 1430만달러의 보너스를 각각 받는다.
지난해 3월 회사를 떠났던 존 윙컬리드 전 공동 사장도 2080만달러라는 두둑한 보너스를 받게 됐다.
골드만삭스는 경영 상황이 호전됨에 따라 지난해 받지 못했던 상여금과 지난 2007년 보너스 미지급금을 이번에 한꺼번에 지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골드만삭스 주가는 지난 2007년 이후 23% 하락했지만 같은 기간 S&P500 금융업 지수가 47% 급락한 것에 비하면 괜찮은 실적이다. 지난해 회사는 사상 최대인 134억달러의 순이익을 올린 바 있다.
JP모건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 CEO도 내년 1월에 680만달러의 보너스를 챙길 예정이며 지난 3년간 보너스를 받지 않았던 모건스탠리의 존 맥 CEO는 이번에 540만달러를 받는다.
다만 이들 월가 최고 경영진이 받는 보너스는 대부분 스톡옵션 형태이기 때문에 당장 현금화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골드만삭스는 지난 2008년에 워런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 해서웨이로부터 우선주 인수 형태로 50억달러의 투자를 유치했을 때 블랭크페인 CEO 등 임원들이 보유한 주식 90%를 매각하지 못하도록 하는 계약을 맺었다.
골드만삭스 임원진이 주식을 팔기 위해서는 버크셔 해서웨이에 상환하거나 내년 10월까지 기다려야 한다.
모건스탠리와 JP모건체이스 등도 임원들이 상여로 받은 주식의 75%를 보유하도록 하는 규정이 있다.
이들 임원들이 막대한 보너스를 챙기자 월가에서 보너스를 한 푼도 받지 못하는 이른바 ‘제로클럽’의 불만도 거세지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월가의 한 임원은 “월가 직원들은 고액의 보너스에 익숙해 있기 때문에 제로클럽에 속한 사람들을 다루는 것은 매우 골치 아픈 문제”라면서 “이들을 달래기 위해서 2만~2만5000달러의 돈다발을 던져야 할 판”이라고 털어놓았다.
그러나 제로클럽의 불만은 배부른 소리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주요 금융사들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월가의 막대한 보너스에 대한 비판이 커지자 보너스를 없애는 대신 기본급을 대폭 인상했다.
골드만삭스의 경우 이사급 임원의 기본급을 전년의 30만달러에서 올해 50만달러로 인상했고 모건스탠리와 크레디트스위스도 20만달러에서 40만달러로 각각 올렸다.
한편 월가의 보너스 잔치에 일반인의 시선은 곱지 못하다.
월가 금융기관들이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정부로부터 막대한 구제금융을 받았기 때문에 납세자의 돈으로 보너스 잔치를 벌인다고 보고 있기 때문.
골드만삭스는 지난 2008년 금융위기가 촉발된 당시 정부로부터 100억달러의 구제금융을 받았고 미 연방준비제도(연준, Fed.)는 지원책의 일환으로 골드만삭스에 하루 최대 354억달러까지 대출해 준 적이 있다.
엘리자베스 워렌 미 소비자금융 보호국 특별고문은 지난 10일 “일반인들의 주머니 사정이 악화하고 있는 것에 비해 월가가 높은 보너스와 임금을 받는 것은 여전히 문제”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