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률 정상화에 5년 걸릴 수도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지난달 실시한 양적완화 규모의 확대 가능성을 시사하고 나섰다.
버냉키 의장은 5일(현지시간) 미국 CBS방송 시사프로그램 '60분(60minutes)'에 출연, "미국의 실업률이 정상 수준을 회복하기까지 5년이 걸릴 것"이라면서 "2차 양적완화 규모를 현 6000억달러(약 680조원) 규모에서 더 확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실업률을 고려해 볼 때 5~6%의 정상적인 실업률로 돌아가기까지는 앞으로 4~5년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내다봤다.
버냉키 의장은 "추가 국채매입 규모를 당초 계획했던 것보다 늘릴 가능성이 높다"면서 "이는 인플레이션과 경제 전망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연준이 경기부양을 위해 내년 2분기까지 매월 750억달러의 국채를 매입하기로 한 결정에 대해 논란을 지속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달 실업률은 9.8%를 기록, 4월 이후 최고로 치솟았으며 일자리는 3만9000개 증가에 그쳤다.
미국 경제는 3분기 2.5% 성장률을 기록했지만 지난해 글로벌 금융위기를 감안하면 성장세는 여전히 미약한 편이다.
버냉키 의장은 "미국 경제가 매우 취약해 지원 없이는 성장이 어려울 것"이라면서 2차 양적완화 프로그램 이행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그는 "미국의 경제회복이 아직 안심할 단계가 아니다"라면서 "2.5%의 경제성장률은 단지 실업률을 안정시켜줄 뿐 경제가 자급자족할 수 있는 수준과는 거리가 멀다"고 지적했다.
버냉키 의장은 "또다른 경기침체 가능성은 보이지 않는다"면서도 "장기적인 실업률 고공행진이 신뢰에 타격을 입힐 것"이라고 말했다.
연준이 지난달 시행한 2차 양적완화 조치는 중국, 독일 등 다른 나라들로부터 비난을 사기도 했다.
공화당 지도부 및 이코노미스트 등 23명은 지난달 15일 연준의 국채매입 프로그램의 조기 종료를 촉구하는 서한을 보낸 바 있다.
서한은 "연준의 양적완화가 달러 가치 저하와 인플레를 초래할 전망"이라면서 "이를 통해 고용 증진을 꾀하는 연준의 목적 달성이 힘들 것"이라고 꼬집었다.
지난 2008년 대선에서 공화당 부통령 후보로 출마했던 세라 페일린 전 알래스카 주지사도 지난달 18일 "허공에 6000억달러를 날리는 위험한 실험이 경제 문제를 마법과 같이 해결해 줄 것이라는 주장은 잘못된 것"이라면서 연준의 양적완화 조치를 비난했다.
앞서 연준은 지난달 3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내년 6월 말까지 단계적으로 총 6000억달러 규모의 장기물 국채를 매입하는 양적완화를 확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