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긴축에 갈 곳 잃은 자금.. 농산물 투기 조장

입력 2010-05-17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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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전보다 마늘은 10배, 녹두는 2배 급등

중국에서 마늘과 쌀 등 농산물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경기과열과 부동산 버블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에 나서면서 부동산과 주식시장으로 흘러 들던 자금이 새로운 투자처로서 농산물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 신문이 17일 보도했다.

농산물 주요 산지인 윈난성 등 중국 남서부 가뭄으로 농산물 공급이 크게 줄면서 투기세력들이 매점에 나서는 것도 농산물 가격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가격 급등이 두드러진 것은 마늘이다. 마늘은 중국 서민의 식탁에 빼놓을 수 없는 식자재로 광둥성 광저우시 등 대도시 도매점에서는 가격이 500g당 4.5위안(약 750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무려 10배나 뛰었다.

마늘을 무료로 제공해오던 음식점 가운데서는 마늘 한 접시당 1위안을 추가로 받는 곳도 생겨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마늘의 주요 산지인 쓰촨성과 윈난성에서 극심한 가뭄이 계속되다 보니 마늘을 대량으로 매점하는 투기 세력까지 등장해 가격 급등을 부추기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급등하는 것은 마늘만이 아니다. 광둥성 심천 시의 한 소매점에서는 죽의 주요 재료로 쓰이는 녹두가 500g당 10위안으로 1년 전보다 2배 상승해 비상이다. 녹두는 윈난성이 주요 산지로 역시 투기세력이 기승을 부리며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다.

윈난성이 주산지인 인삼 가격도 같은 기간 동안 2배 이상 올랐고 보이차, 감자 등 농산물 가격도 일제히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주식인 쌀 가격도 계속 상승하고 있다. 쌀의 전국 평균 소매가격은 작년 연말 대비 3.3% 상승하는데 그쳤지만 광저우 시에서는 같은 기간에 20% 이상 올랐다.

가뭄 지역의 쌀 생산량은 전국의 20%를 차지하지만 국가 비축량이 충분해 수급에 아직 문제는 생기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격이 계속 오르는 것은 투기세력의 사재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투자처를 잃은 민간 투자자들이 자금을 일제히 농산물 시장으로 돌리고 있는 것이다.

중국 당국의 긴축재정 우려가 대두되면서 주가는 하락일로를 걷기 시작해 최근 상하이 증시의 시가총액은 연초 대비 2조8500억위안 가량이 줄었다.

부동산도 4월 중순에 정부가 도입한 모기지 규제로 판매 면적이 감소세로 돌아섰다. 대형 부동산 개발업체인 소호 중국은 “주택 가격이 올 연말까지 20%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정책과 제도면의 미비도 농산물 투기에 박차를 가한다는 지적이다.

중국은 경기부양책 명목으로 여전히 시장에 거액의 자금을 공급하고 있다. 4월말 현재 통화공급량은 전년 동기 대비 21.5% 증가해 올해 정부의 목표치인 17%를 웃돌고 있어 계속 돈이 남아돌고 있다.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8%로 1년만기 정기적금의 기준금리인 2.25%를 웃돌고 있어 실질적인 마이너스 금리 상태다.

당연히 투자자들은 은행에 자금을 맡기면 자산가치가 감소한다는 판단에 따라 수익성이 높은 투자처로 눈을 돌리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중국에서는 유망한 장기 투자처로 꼽히는 채권시장이 활성화되지 않은데다 해외 주식투자도 제한되고 있다.

신문은 중국 정부가 채권시장 육성과 대외 증권투자에 대한 규제완화 등 금융개혁에 나서지 않는 이상 중국 곳곳에서 생각지 못한 농산품 가격 상승추세가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2007년에는 보이차 투기가 과열돼 최고급품이 100g당 30만위안까지 치솟기도 했다. 이번에도 투기세력을 잡지 못하면 농산물 가격이 계속 상승해 소비자물가를 한층 더 끌어올리는 악순환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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