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IGS'로 불리는 유럽 5개국의 재정 위기 우려로 국제 금융시장이 혼란을 겪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리스를 제외한 4개 국가는 여전히 한국보다 국가신용등급이 높아 세계 3대 신용평가사들의 평가가 제대로 이뤄진 것인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10일 무디스,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피치 등 3대 신평사들의 국가신용등급 현황에 따르면 포르투갈, 이탈리아, 아일랜드, 그리스, 스페인 등 PIIGS 국가 중 3대 신평사로부터 모두 한국보다 낮게 신용등급이 매겨진 국가는 유럽연합(EU)과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구제금융을 받게 된 그리스가 유일하다.
그리스의 신용등급은 최근 잇따라 강등되면서 무디스는 A3, S&P는 BB+, 피치는 BBB- 를 부여하고 있다. 이는 한국의 신용등급이 무디스 A1, S&P A, 피치 A+ 인 것과 비교하면 2~5단계 낮은 것이다.
반면 포르투갈, 이탈리아, 아일랜드, 스페인 이들 4개국 중 한국보다 신용등급이 낮은 경우는 포르투갈에 대한 S&P의 등급이 유일하다. S&P는 포르투갈의 신용등급을 지난달 27일 A+에서 A-로 2단계 내려 우리나라보다 한단계 낮은 등급을 매겼으나 무디스와 피치의 경우 포르투갈의 신용등급은 Aa2와 AA-로 우리보다 각각 2단계, 1단계씩 높다.
스페인의 경우도 재정위기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무디스와 피치는 각각 Aaa, AAA로 최고 등급을 유지하고 있다. S&P는 지난달 스페인의 등급을 AA로 1단계 내리기는 했지만 우리나라보다는 3단계 위이다.
이탈리아의 경우는 무디스가 Aa2, S&P가 A+, 피치가 AA-로 우리보다 1~2단계씩 높고 아일랜드의 경우 무디스 Aa1, S&P AA, 피치 AA-로 우리보다 1~3단계나 높다.
물론 S&P가 지난달 그리스와 스페인, 포트투갈의 신용등급을 잇따라 하향조정하면서 재정 위기 불안을 고조시켰다는 비판을 유럽 국가들로부터 받기도 했지만 이들 PIIGS 국가 대부분의 신용등급이 재정상태가 상대적으로 양호한 한국보다 여전히 높다는 점은 신평사에 대한 불신을 키우고 있다.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지난해 33.8%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인 90.0%보다 매우 낮다. 우리나라의 지난해 재정수지(관리대상 수지) 적자는 GDP 대비 4.1%였다. 반면 유로존(유로화 사용 16개국)의 지난해 재정적자는 작년에 GDP 대비 6.3%였고, 그리스의 경우는 13.6%, 스페인은 11.2%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