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채권 공매도 허용 두고 또 다시 '엇박자'

입력 2009-11-20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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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채권공매도 허용 계획"..금융위 "처음 듣는다"

금융감독당국이 은행권 채권 공매도 허용 여부를 두고 부서간 서로 엇갈린 답변을 내놔, 소통 부재의 모습을 연출하며 불협화음을 내고 있다.

김종창 금융감독원장은 20일 서울 프라자호텔에서 열린 서울파이낸셜포럼 콘퍼런스에서 "은행의 리스크 관리 강화 차원에서 그동안 금지해왔던 은행의 채권 공매도 허용 관련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허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 원장은 "외국인 투자자들이 현재 해외에서 채권투자시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환매조건부채권(RP) 거래 및 채권 공매도 등에 대해 제도 개선을 건의하고 있다"며 "관계 당국과 협의해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방침"이라고 언급한 것.

그동안 채권 공매도 가운데 제3자로부터 채권을 빌려 공매도를 하는 커버드 숏셀링은 아무런 제한이 없었다.

금감원은 이와 관련, 커버드 숏셀링과 달리 채권을 전혀 보유하지 않은 상태에서 매도 주문을 내는 네이키드 숏셀링의 경우 은행권에 한해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사실상 제한해왔다고 전했다.

그러나 홍영만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국장은 이날 출입기자 대상 정례 브리핑 자리에서 은행권에 대한 채권 공매도 추진 계획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그건 뭡니까. 잘 모르겠다" "채권 공매도까지 할 생각은 없다. 이와 관련해 아직 검토도 안했다"며 금시초문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홍영만 금융위 국장이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이 같은 반응을 보이자 당황한 금감원은 이날 오후 김 원장의 연설문 가운데 '채권 공매도 관련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허용할 계획"이라는 문구를, '채권 공매도 여부는 관계 당국과 협의해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긴급 수정해 수위를 낮췄다.

보유 주식이 없는 가운데 매도 주문을 내 주식을 거래하는 네이키드 숏셀링과 마찬가지로 채권 거래에서도 이러한 거래 기법은 동일하게 적용되는데, 외국인들이 채권 투자와 관련해 이를 풀어달라고 요청한데 따른 답변을 금감원이 금융위와 상의도 없이 서둘러 답변을 내놓은 셈이 됐다.

실제 김 원장은 금융위를 의식한 탓인지 이날 연설에서도 수정문을 그대로 읽으며 상당히 조심스러운 태도를 취했다.

금융감독을 총괄하는 정부기관인 금융위와 민간 감독기구인 금감원이 양대 컨트롤 타워로서 금융정책 추진을 두고 소통 부재를 이날 단적으로 보여준 것이다.

이와 관련, 금융권 한 관계자는 "채권 공매도의 경우 투자매매업을 가진 증권사 등에는 현재 허용되고 있지만, 은행에 대해서는 리스크 관리 강화 차원에서 당국이 엄격히 제한해 왔을 정도로 민감한 사안"이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채권 공매도가 이처럼 민감한 사안임에도 금융위와 금감원이 사전 조율없이, 한쪽에서 일방적으로 규제완화 계획을 검토 중이라 시사하면서 또 다시 소통 부재를 시장에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한편, 금융당국의 이 같은 소통 부재는 지난달 금감원이 위기 이후의 금융감독과제를 주제로 '한국판 터너보고서'를 발표하려다 금융위의 문제 제기로 무기한 연기되는 등 금융정책 혼선으로 나타난 바 있다.

금융위와 금감원은 이외에도 최근 파생상품 손실 책임과 관련해 우리은행에 대한 일부 영업정지안 등을 두고 이견을 표출했으며 서민금융 지원과 금융소비자 보호원 설립 관련 등을 놓고도 미묘한 갈등을 빚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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