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님은 이 공간에서 27년을 일했다고 한다. 직업병으로 오른쪽 어깨 통증이 극심해지면서 더는 오른팔을 들 수 없다고 했다. 권리금 없는 상가에 새로 계약한 사람은 이달 18일을 콕 집어 들어오기로 했단다.
은퇴 날짜도 본인 뜻대로 정하진 못했지만, 그는 “인생 절반을 한 곳에 갇혀 일했으니 이젠 나가야 한다”며 멋쩍게 웃었다. 27년간 한 업종을 이어왔다는 건 분명 대단한 노력이 필요한 일이고, 그만큼 전문가가 아닐까 싶었다.
27년 동안 법률전문가였던 윤석열 대통령은 과연 달랐다. 탄핵심판 서류 수취 거부부터 수사기관 출석 불응, 체포영장 집행 거부, 헌법재판소 재판관 기피신청, 변론기일 지정 이의신청, 공수처 조사 불응, 체포적부심 청구까지 불사했다.
심지어 검찰 고위직을 지낸 윤 대통령 측 변호인단은 법원이 발부한 영장의 효력도 부정했다. 전문가란 특정 분야에 정통하거나 능력 있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특정 의도를 가지고 그 분야를 교묘히 이용하는 사람인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변호사들에게 묻고 싶다. 자신의 의뢰인들에게 수사기관에 불출석하고, 영장이 위법하다며 거부하라고 조언할 수 있나”라고 지적했다.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는 헌법의 대원칙을 자칭 법률전문가들이 짓밟고 있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2021년 3월 4일 검찰총장직을 던지며 “사람이 들어올 때와 나갈 때를 잘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위기 상황을 “알리기 위해” 계엄을 선포했고, “끝까지 싸우겠다”며 지지자를 선동하는 윤 대통령의 판단은 위험수위를 한참 넘은 것이다.
구속영장을 발부한 서부지법은 난동 사태로 아수라장이 됐다. 법률가 대통령이 법을 어기며 요란하게 은퇴를 거부하는 탓에 전 국민이 피해자가 될 판이다. 같은 27년을 본인의 업에만 충실했던 세탁소 사장님이 자꾸 상반돼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