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등 일부 지자체, 보육원 지원금 삭감…불경기에 자영업자 기부도 줄어
“보육원에서 돈이 없다고 전기를 아껴야 한대요.”
지난달 한 아동양육시설에서 만난 보호아동의 이야기다. 해당 시설장은 “지방자치단체 보조금이 깎였다. 다른 목적의 예산을 전용할 수 없어서 아이들에게 ‘전기를 아껴라’, ‘뜨거운 물을 아껴라’ 이야기하는데, 이런 거로 아이들이 눈치를 보니 마음이 안 좋다”고 토로했다.
세수 결손에 따른 지방교부세 감소, 부동산 경기 위축에 따른 지방세수 감소가 겹치면서 지난해부터 일부 지방자치단체들이 보육원(아동보육시설) 등 아동복지시설 지원금을 삭감하고 있다. 미연고, 보호분리 등 사유로 보호시설에 머무는 아이들에게는 올겨울이 유난히 춥다.
지방자치단체가 아동복지시설에 지급하는 보조금은 크게 운영 지원비와 아동 지원비로 나뉜다. 아동 지원비는 부식비, 피복비, 공공요금, 난방비, 간식비 등으로 구성된다. 보호아동 1인당 항목별 단가에 따라 아동복지시설에 지급된다. 대구시, 세종시 등은 지난해부터 공공요금 등 단가를 보건복지부가 권고하는 하한선 가깝게 내렸다. 그나마 가을까지는 단가 삭감의 충격이 크지 않았으나, 겨울 들어 전기·온수 사용이 늘면서 보육원 운영에 비상이 걸렸다.
중앙정부가 나서기도 어렵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아동보호시설 지원은 100% 지방이양 사업이다. 기획재정부 지침에 따라 지방이양 사업에 대해선 국비를 지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들 지자체에서는 아동 지원예산 총액도 정체돼 있다. 대구는 2020년 이후 올해까지 6년째 아동복지시설 아동 지원예산을 동결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 이후 급격한 물가 상승을 고려하면 삭감과 다름없다. 2020년과 2023년을 비교했을 때 대구의 아동복지시설 보호아동이 7.8% 줄었는데, 이 기간 전국 소비자물가지수는 11.6% 올랐다. 물가를 고려한 보호아동 1인당 실질 지원은 ‘마이너스’다. 세종은 보호아동이 줄지 않았는데도 아동복지시설 아동 지원예산을 2023년부터 2년 연속 감액하고, 올해는 지난해 수준으로 동결했다.
다른 지자체들도 규모의 차이만 있을 뿐, 사정이 크게 다르진 않다. 그나마 서울은 지난해 감액했던 아동복지시설 아동 지원예산을 올해 대폭 증액했다.
지난해 12월 3일 긴급계엄 사태의 충격도 크다. 소비수요 위축으로 자영업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기부·후원이 줄었다.
김요셉 한국아동복지협회장은 “아이들 학원비나 문화체험비, 자격증 취득비 등은 전적으로 후원에 의존한다. 특히 고액 후원자나 물품 기부자는 대부분 그 지역 자영업자”라며 “경기가 안 좋아지면 가장 타격을 받는 게 자영업 쪽인데, 최근 경영이 어려워지니 후원을 중단하는 경우가 생긴다. 기부·후원이 줄면 당장 아이들 생활에도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