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규제에 계엄·탄핵 덮쳤다…분양시장 거센 한파 몰아치나

입력 2025-01-09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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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한 아파트 단지에 눈이 쌓인 모습. 조현호 기자 hyunho@ (이투데이DB)

올해 분양시장에 강한 한파가 몰아칠 모양새다. 대출 규제로 주택시장이 침체한 가운데 탄핵 정국으로 불안 심리가 커지면서 수요자들이 크게 위축되고 사업자들도 분양에 소극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9일 주택산업연구원이 내놓은 1월 전국 아파트 분양전망지수는 10.6포인트(p) 하락한 71.4를 기록했다. 전월에 98.2에서 82로 16.2p 떨어진 데 이어 두 달 연속 급락한 것이다.

올해 가장 양호한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서울도 89.5를 기록하는 등 모든 지역이 기준치인 100을 밑돌았다. 수도권인 경기도는 전월 83.3에서 이달 67.6으로 추락했고 인천도 77.4에서 73.3으로 4.1p 내렸다. 비수도권에서는 전북(75.0→85.7)과 충북(66.7→72.7)이 올랐지만 나머지는 하락했다.

주택사업자들 사이에서 전국 분양 시장 상황이 악화할 것이란 전망이 빠르게 확산하는 배경으로는 작년 하반기 강화된 주택담보대출 규제와 올해 경기 악화 전망, '12·3 계엄' 등으로 인한 정국 불안이 꼽힌다.

김유찬 주산연 연구원은 "지금과 같은 시각은 경기 침체 우려와 탄핵 정국이 해소되기 전까지 반전되기 어렵다"며 "주담대 금리가 내려가고 탄핵 정국이 마무리되는 한편 경기 개선 조짐이 나타나면 전환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여건이 어느 정도 형성되고 부정적 전망이 완화될 시점은 늦어도 6월 이전이라고 예상했다.

주택사업자들이 분양시장을 희망적으로 보지 않는다는 것은 올해 분양 계획을 통해서도 드러난다.

부동산R114의 조사를 보면 주택사업자들은 올해 총 14만6130가구 분양을 계획하고 있다. 아직 포함되지 않은 일부 물량을 포함해도 16만 가구를 밑돈다. 기존 최저치 기록인 2010년 17만2670가구보다 적은 역대 최소 물량이다.

그나마도 계획 물량의 30%가량인 4만8000여 가구는 언제쯤 분양할지 정해지지 않았다. 시장의 불확실성이 크다 보니 결정을 못 한 것이다.

통상 실제 공급 물량이 계획보다 적다는 점을 생각하면 올해 분양될 아파트는 더 줄어들 수 있다.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평균 공급량은 계획의 80% 수준이었다.

계획보다 많은 공급이 이뤄진 것은 주택시장이 호황기에 접어들던 2016년이 유일하다. 금리 인상 등으로 주택시장 상황이 악화한 2022년에는 계획된 물량의 67.4%만 공급됐다.

기존 주택 시장 분위기가 개선되지 않으면 분양 물량이 줄어드는 동시에 청약 열기도 냉각될 수 있다. 실제로 앞선 주산연 조사에서 분양물량 전망지수는 전월보다 13.8p 하락한 77.5, 미분양물량 전망지수는 7.3p 상승한 102.8로 나타났다. 주택사업자들이 분양물량이 줄어드는 가운데서도 미분양은 더 증가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전문가들도 서울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 일부를 제외하면 전반적으로 분양 시장 상황이 좋지 못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팀장은 "서울은 강한 신축 선호 현상, 강남권 단지 분양, 절대적인 공급 부족 등으로 열기가 유지될 것으로 보이고 인천, 경기도까지 온기가 번질 수 있으나 지방은 기존에 쌓인 미분양 물량이 많아 청약 통장을 써야 할 유인이 없다"고 말했다.

다만 분양 물량이 계획보다 줄어들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관측했다. 윤 팀장은 "공급자들이 최대한 보수적으로 잡은 수치로 봐야 한다는 점에서 물량이 대폭 축소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매출 급감과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더 줄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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