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징성 때문에 첫날 탈퇴 원해”
“중국에 리더십 넘기게 된다” 지적도
파이낸셜타임스(FT)는 22일(현지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인수위 위원들이 내년 1월 20일 트럼프 당선인의 취임식에 맞춰 WHO 탈퇴를 발표할 의사를 밝혔다고 전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집권 1기 때에도 WHO 탈퇴를 시도했다. 올해 대통령선거 승리 이후에는 보건복지부(DHHS) 장관에 ‘백신 회의론자’로 악명 높은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를 지명하면서 WHO 탈퇴를 암시했다.
트럼프가 취임 첫날 WHO 탈퇴를 발표하려는 이유 중 하나는 상징성 때문이다. 그는 대통령 시절인 2020년 7월 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 대유행) 때 WHO의 중국 편향성을 지적하면서 탈퇴를 추진했지만, 절차가 마무리되기 전에 정권을 이어받은 조 바이든 현 대통령이 취임 당일 WHO 복귀를 선언하면서 실현되지 않았다.
바이든 행정부에서 백악관 코로나19 대응 조정관을 지낸 아시시 자 브라운대학교 공중보건대학 학장은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식 날 트럼프의 정책을 뒤집은 ‘상징성’ 때문에 트럼프 당선인도 자신의 취임 첫날 그렇게 하는 방안을 원하고 있다”며 “WHO를 신뢰하지 않는 많은 사람이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일원이 될 예정이며 그들도 트럼프 취임 첫날에 WHO를 떠난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싶어 한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인수위의 이러한 아이디어에 깊은 우려를 표했다. 로런스 고스틴 조지타운 로스쿨 글로벌 보건학 교수는 “WHO 철수 계획은 세계 보건에 재앙이 될 것”이라며 “미국은 세계 보건 재정과 리더십에 큰 공백을 남기게 될 것이며, 이 빈자리를 메워줄 다른 국가는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아시시 자 학장 또한 “WHO와 같은 기관은 백신 개발과 보급, 그리고 보건 비상사태 시 다른 치료법에 대한 글로벌 협력의 핵심”이라며 “이러한 기관에 참가하지 않으면 다음 발병이 발생했을 때 귀를 기울일 수 없다”고 경고했다. 이어 “WHO가 비상사태에 대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직원을 상당히 줄여야 하는 매우 힘든 시기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WHO를 탈퇴하면 유럽 국가들이 자금 지원을 강화하지 않을 거고 중국은 이를 틈타 더 많은 영향력을 행사하려 할 것”이라며 “탈퇴는 중국에 리더십을 넘겨주는 것이므로 현명한 조치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