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윤 장악 與, 입지 좁아진 친한계
오락가락했던 韓, 리더십 우려도
“여러분, 저는 포기하지 않습니다”
한동훈 국민의힘 전 대표가 16일 대표직 사퇴를 선언한 뒤 국회를 빠져나가는 길 지지자들을 만나 이같이 말했다. 한 전 대표는 “저를 지키려 하지 말라. 제가 여러분을 지키겠다”, “이 나라가 잘되게 하는 것에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 전 대표의 발언은 사실상 정치 행보를 이어가겠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대표직을 내려놓는 기자회견에서도 “계엄이 잘못이라고 해서, 더불어민주당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폭주와 범죄 혐의가 정당화되는 것은 절대 아니다”라면서 “이재명 대표 재판의 타이머는 멈추지 않고 가고 있다. 얼마 안 남았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국면에서 유력한 차기 대권 주자로 굳힌 이재명 대표에게 마지막까지 견제구를 날린 것이다.
한 전 대표는 휴식기를 가진 뒤 대권 도전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비상대책위원장 시절이던 7월 대구에서 열린 정책토론회에서 “이길 수 있는 대선 후보가 저라면 제가 나간다”고 말해 차기 대선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이후 7·23 전당대회에서 나경원 당시 후보에게서 “당권과 대권 중 하나만 선택해달라”는 공세를 받을 때 한 전 대표는 “이길 수 있는 대선 후보들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강해지는 정당”이라며 “나 후보님도 꿈을 크게 가지시란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었다. 차기 대권 도전을 부인한 적은 없었다.
하지만 한 전 대표가 국민의힘에서 재기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의문이 있다. 윤 대통령 탄핵에 앞장서 찬성하면서 ‘배신자’ 프레임이 씌워졌다는 평가가 난무하기 때문이다. 당내 다수를 차지한 친윤(친윤석열)계 의원들은 한 전 대표를 향해 공개적으로 “뒷통수쳤다”, “역겹다” 등 비난을 쏟아냈다. 이를 의식한 듯 한 전 대표는 이날 회견에선 당 지지자들을 향해 세 차례 “죄송하다(또는 미안하다)”고 사과하며 지지층 달래기에 주력하는 모습이었다.
비상대책위원장 임명 권한을 가진 권성동 원내대표가 당을 장악한 상황에서 한 전 대표가 당내 경선을 제대로 치를 수 있을지에 우려도 있다. 현재 차기 비대위원장엔 5선의 권영세 의원 등 ‘비한’ 중진 의원이 거론되고 있다. 친한(친한동훈)계 장동혁·진종오 의원마저 탄핵안 가결 직후 최고위원직 사의를 표명했고, 이들을 포함한 친한계 의원들의 입지는 좁아진 상태다.
여론도 우호적이지만은 않다. 정치권 관계자는 본지에 “한 전 대표가 처음부터 끝까지 탄핵에 일관된 입장을 보여줬으면 돌아올 명분이 분명했을 텐데, 중간에 기회주의적인 면모를 보이면서 그마저도 상실했다”고 말했다.
이날 여권에선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뒤인 4일부터 15일까지 일평균 탈당자 수가 약 6.3배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기간 책임당원 6074명, 일반당원 1671명이 탈당했다. 특히 9일과 10일 탈당 당원이 유독 많았는데, 당시는 국민의힘이 탄핵안 부결을 당론으로 정해 표결에 불참한 뒤였다. 한 대표는 1차 탄핵안 표결 날인 7일 “총리와 당이 긴밀히 소통할 것”이라며 ‘질서 있는 퇴진’을 주장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