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그룹 대표적 '남매경영'...CJ, 농심, 오뚜기 등 식품기업 대세
국내 유통기업의 승계 구도에 변화한 시대상이 투영되면서 달라진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과거 아버지에서 장남으로 이어지던 장자 승계 흐름을 벗어나 딸들의 파이가 커진 것이다. 최근에는 장녀나 차녀라도 개인의 능력에 따라 직접 회사를 물려받거나, 남매간 경쟁을 통해 회사 내 승계 입지를 다지는 모습도 뚜렷하다.
16일 본지가 국내 주요 유통기업 오너가 자녀의 주식 지분 비율을 조사한 결과, 최근 아들과 딸의 상속 비율이 비등하거나 딸이 대표이사(회장)로 등극하는 회사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신세계그룹이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과 정유경 ㈜신세계 회장은 이마트와 신세계 지분을 각각 18.6%로 동일하게 소유하고 있다. 이들의 지분 보유분은 매번 동일한 비율로 증가하고 있다. 2020년 9월에도 모친인 이명희 신세계그룹 총괄회장이 정용진·정유경 남매에게 각각 이마트와 신세계 지분을 8.22%씩 증여함에 따라 애초 10.33% 수준의 지분은 18%대로 높아졌다.
CJ그룹은 남매가 경쟁하는 구도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장남이선호 CJ제일제당 식품성장추진실장이 CJ 지분을 3.2% 소유하고 있다. 이 회장의 장녀 이경후 CJ ENM 브랜드전략실장은 1.5%를 보유 중이다. 현재까지는 그룹 지분의 42% 상당을 이재현 회장이 소유하고 있고, 본격적인 지분 승계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다만 이들 남매는 향후 경영 승계의 향배를 결정 지을 CJ올리브영 지분을 각각 11.04%(이선호), 4.21%(이경후)씩 보유하고 있다. 2006년 이재현 회장이 설립한 씨앤아이레저산업 지분도 두 남매가 대부분 보유 중이다.
오뚜기 함영준 회장의 남매는 국내외에서 경영 수업이 한창이다. 오뚜기 최대주주는 함영준 회장으로 현재 지분 25.07%를 보유 중이며, 장남 함윤식 씨, 장녀 함연지 씨 지분은 각각 2.79%, 1.07%다.
함 회장은 아들뿐 아니라 딸과 사위, 사돈까지 미래 사업인 해외 사업에 투입하고 있다. 지난해 설립한 미국 생산법인 '오뚜기푸드 아메리카'를 연지 씨의 시아버지 김경호 글로벌사업본부장(부사장)에게 맡긴 것이 대표적인 예다. 김 부사장은 서울대 국제경제학과 졸업 후 LG전자 BS유럽사업담당(부사장) 등을 역임한 글로벌 전문가다. 연지 씨도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전 세계에서 가장 큰 미국(LA)에서 현장을 배워보려 한다”고 밝혔다.
한편 아워홈은 4남매간 지분을 모두 나눴으나, 아버지 별세 후 경영권 다툼이 불거진 사례다. 아워홈 오너가 남매의 지분율은 창업주 고(故) 구자학 회장의 장남 구본성 씨가 38.56%를 보유하고 있다. 그 뒤를 이어 △구지은(20.67%) △구명진(19.6%) △구미현(19.28%) 순이다. 창업주 별세 후 장남 구본성 전 부회장이 경영을 맡기도 했으나, 남매간 이합집산으로 인해 막내 딸 구지은 전 부회장(2021~2024년)에 이어 현재는 구미현 회장(둘째)이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