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여성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한강 작가가 10일(현지시간) 노벨상 연회가 열린 스웨덴 스톡홀름 시청사 블루홀 단상에 올라 이 같은 수상 소감을 발표했다.
이날 스톡홀름 콘서트홀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한 작가는 칼 구스타프 16세 스웨덴 국왕으로부터 노벨문학상 메달과 증서를 받았다. 두 사람은 짧은 대화를 나눈 뒤 악수를 했고, 그제야 한 작가는 환하게 웃었다.
수상자들의 특성에 맞게 수작업으로 제작되는 증서는 '고유한 예술 작품'으로 불린다. 특히 문학상 증서는 수상자나 작품 특성을 반영해 제작된다.
한 작가는 이후 마련된 연회에서 4분가량의 짧은 수상 소감을 발표했다. 수상 소감에서 한 작가는 8살 때 수업을 마치고 나가던 길에 갑자기 비가 오던 날을 회상했다. 그는 "비가 와서 많은 아이가 건물 아래 모여 있었는데, 길 건너 비슷한 건물 아래에도 쏟아지는 비를 바라보는 작은 군중이 있었다. 마치 거울을 보는 느낌이었다"라고 말했다.
이 순간 한 작가는 나와 함께 어깨를 맞대고 있는 친구들, 길 건너편에 있는 작은 군중들을 이해하게 되었다고 전했다. 그는 "모든 사람은 각자의 눈으로 살고 있었다. 그들은 각자의 눈으로 이 비를 보고 있었다"라며 "이 순간 수많은 1인칭을 경험했다"라고 밝혔다.
어린 시절, 이 같은 경이로운 순간을 경험한 한 작가는 그 이후로 우리가 태어난 이유, 고통과 사랑이 존재하는 이유를 알고 싶었다고 전했다.
그는 "이러한 질문은 수천 년 동안 문학에서 제기됐다. 그것은 오늘날에도 지속하고 있다"라며 "문학을 읽고 쓰면서 이런 경이로운 순간을 되새겼다"라고 말했다.
또 한 작가는 문학을 통해 마음의 깊은 곳에 들어갈 수 있고, 또 다른 자신과 마주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날 시상식에서 한림원 종신위원인 스웨덴 소설가 엘렌 맛손은 "한강 작가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독자를 매료시키지만, 동시에 형용할 수 없는 참상과 씻을 수 없는 상처의 이야기를 들려준다"고 한 작가의 작품을 설명했다.
맛손은 또 "그의 글에선 흰색과 빨간색 두 가지 색이 만난다. 흰색을 슬픔과 죽음의 색깔, 빨간색은 삶과 고통, 유혈 그리고 칼의 상흔을 상징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의 작품은 죽은 사람들에게 우리가 무엇을 해줄 수 있는지, 어떤 빚을 졌는지 질문한다"라며 "흰색과 빨간색은 역사적 경험을 상징하며 한강 작가 작품의 중요한 주제"라고 부연했다.
시상식 일정을 마친 한 작가는 11일 국내 기자들과 회견을 하고, 현지 다문화 학교를 방문한다. 이날 행사에는 여러 국적 출신의 학생들이 한강의 작품을 읽고, 소감문을 발표하는 시간이 예정돼 있다.
12일 왕립극장에서 열리는 낭독회를 끝으로 한강의 공식 일정은 마무리된다. 이날 낭독회에서 한강은 스웨덴의 번역가이자 저널리스트인 유키코 듀크와 대담을 진행한다. 아울러 현지 배우들이 한강의 작품을 낭독하는 시간도 마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