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정국 후폭풍에 은행채↑ㆍLCR 정상화 앞둔 은행, 자금조달 '악재'

입력 2024-12-0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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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금융시장 불안정성 확대에
은행채 금리 오르고 예금은 낮아져
은행권 자금조달 환경 악화 우려
내년 1월 100% 규제 상회 관리해야

탄핵 정국에 따른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연초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은행의 자금조달에도 악재가 터졌다. 내년부터 완화됐던 은행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규제가 정상화되는 데다 정치 리스크에 국채금리가 오르면서 은행채 금리 상승이 예견되기 때문이다. 당장 은행 자금조달에는 문제가 없지만 두 차례 기준금리 인하로 예금금리 인상을 통한 자금 확보도 어려워진 상황에서 유동성과 자본비율 관리에 만전을 다하는 모습이다.

8일 주요 시중은행의 공시에 따르면 3분기 기준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영업일별 평균 LCR은 101.22~104.83% 수준으로 집계됐다. 우리은행이 101.22%로 가장 낮았고 △하나 102.83% △신한 103.2% △국민 104.83%였다. 지방은행 중에서는 광주은행이 103.97%로 100% 초반대였다.

LCR은 은행의 자금조달능력을 측정하는 지표다. 국채 등 고유동성 자산을 30일간 예상되는 순현금 유출액으로 나눈 값으로, 높을수록 해당 금융사가 ‘뱅크런(대규모 예금인출)’ 등 유동성 위기 상황에서 자체적으로 대응할 능력이 있음을 뜻한다.

은행권은 만일의 사태에 리스크가 커질 것을 대비해 통상 약 4~5% 정도 규제 비율을 상회하는 수준으로 여유를 두고 관리한다. 이 비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자금 여력을 더 많이 확보해야 한다.

그러나 최근 은행의 대표적 자금 조달 수단 중 하나인 은행채 금리가 오르면서 자금 확보가 원활하지 않은 상황이다. 이달 3~4일 비상계엄 선포·해제 이후 오른 은행채 금리는 7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 폐기 등으로 정치적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더욱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외신인도가 하락해 국채금리가 상승할 경우, 이를 반영해 산정되는 은행채 금리가 오를 수 있어서다.

실제 은행채 5년물 금리는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하에 내려간 시장금리를 반영해 지난달 1일 3.304%에서 이달 2일 2.904%로 떨어지다가 계엄 사태 발생 다음 날인 4일 2.955%로 상승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정치적 불안정성이 장기화할 경우, 시장변동이 우려되고 내려갔던 은행채 금리가 다시 반등할 수도 있다”며 “조달 환경 악화 가능성이 있기에 급격한 지표 변동 등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은행채 발행 대신 예금 유치로 돈을 조달하는 것도 쉽지 않다. 두 차례 기준금리가 내려가는 등 뚜렷한 금리 인하 기조로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에 따르면 4대 은행의 대표 예금상품 최고금리 상단과 하단은 지난달 1일 기준 연 3.35~3.45%에서 이달 6일 기준 모두 연 3.20%로 내려갔다.

조달 환경 악화 속 은행들은 현재 100% 초반대인 LCR의 하락을 방어해야 하는 과제도 떠안은 상태다. 지난달 말 금융위원회는 코로나19 사태로 완화했던 LCR 규제비율을 현행 97.5%에서 내년 1월 100%로 올리기로 했다.

주요 은행들은 내년 LCR이 규제비율을 밑돌지 않도록 관리하겠다는 입장이다. 은행 관계자는 “최근 금융시장 불안에 따라 은행채 금리가 뛸 수 있어 다양한 조달 방안을 고민 중”이라며 “지속적인 예금 조달 관리를 통해 규제비율을 상회하는 수준으로 관리할 예정”이라고 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금융감독원과 자금시장 상황과 개별 은행 수치를 지속해서 살피면서 추가적인 조치 필요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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