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신용평가사가 한국 기업들의 신용도가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둔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배터리, 철강, 화학 업체들의 신용등급 하방 압력이 높다고 예상했다.
2일 글로벌 신용평가사 S&P(스탠다드앤푸어스) 글로벌은 이날 발간한 '한국 기업 신용도 흐름 : 2025년 어렵다'를 통해 국내 기업들의 내년 신용도 전망을 '부정적'으로 보고 신용등급 하방 압력이 우려된다고 이같이 밝혔다.
S&P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국내 기업의 '부정적' 신용전망은 18.4%로 작년 말 5.3%보다 15%p(포인트) 넘게 급증했다. 지난해 '긍정적' 전망이 2.6%였던 것과 달리 '긍정적'을 받은 곳은 한 곳도 없었다.
신용등급 BBB+인 LG화학, LG에너지솔루션, BBB인 한화토탈에너지스 모두 '부정적' 신용전망이다. 'BBB'로 강등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BBB-의 포스코, SK이노베이션, SK지오센트릭도 '부정적'으로 평가 중이며, 두산밥캣(BB+)은 '부정적' 워치리스트에 등재 중이다.
S&P는 "한국 시장은 내수 둔화, 경기민감업종의 비우호적인 수급 상황, 정책 불확실성 등으로 인해 많은 기업들의 영업환경이 악화되고 부정적 등급전망 비중도 높아지고 있다"며 "이차전지, 철강, 화학은 실적 부담이 증가하는 반면 완성차 업체는 현금 창출 능력을 유지할 것"이라고 설명 했다.
국내 이차전지 기업들은 공격적인 설비투자에도 차입금이 지속적으로 불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북미와 유럽의 전기차 수요가 정체된 영향이다. 특히 LG에너지솔루션의 채무 부담이 급증할 것으로 내다봤다.
S&P는 "LG에너지솔루션의 FCF(잉여현금흐름)은 부정적일 것인 반면, 중국의 배터리 제조사 CATL은 강력한 FCF를 통해 순현금을 계속해서 늘려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유·화학과 철강 부문도 중국발 공급 증가로 인해 판매 단가는 하락하고, 수요 약세가 이어진다는 관측이다. 국내 기업에서는 포스코홀딩스의 신용등급 하방 압력을 우려했다.
S&P는 "한국 정유·화학사와 철강사들은 마진 스프레드 압력에 놓여 신용전망이 어려울 것"이라며 "낮은 철강 수익성과 대규모 배터리 투자는 포스코홀딩스의 부채 부담과 신용도 하방 압력을 키운다"고 말했다.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어려운 영업환경 속에서도 하이브리드, 전기차 경쟁력을 기반으로 양호한 실적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기아의 하이브리드 전기차 제품 경쟁력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SK하이닉스는 HBM(고대역폭 메모리)의 견조한 수요 성장으로 이어지면서 인공지능(AI) 수혜가 커질 것으로 봤다. S&P는 "AI 칩 수요는 내년에도 견조할 것"이라며 "SK하이닉스는 HBM의 선구주자로 피어기업인 삼성전자, 마이크론을 뛰어넘는 실적을 보일 것"이라고 했다.
내년 한국 신용도 모니터링 핵심 지표로는 △화학·철강 산업의 중국 수급에 따른 가격 상승과 롤마진 축소 △내수 둔화 속 기업 투자 감축 △미국 트럼프 당선에 따른 정책 불확실성을 꼽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