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기준 금리를 2회 연속 하향 조정했지만, 부동산 시장의 관망 기조는 쉽게 녹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단기간 집값 급등으로 쌓인 피로감이 여전한 가운데 대출 규제 강화로 '숨 고르기' 장세가 지속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2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회는 기준금리를 0.25%p 인하하는 베이비 스텝을 단행했다. 올해 10월 한 차례 기준금리를 내린 이후 2개월 연속 인하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2회 연속 인하한 것은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5년 만이다.
최근 주택시장은 매수 위축으로 인한 거래 끊김 등 횡보세가 지속하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10월 주택통계에 따르면, 10월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4000가구로, 전월(4951가구)보다 19.2% 감소했다. 이는 올해 4월 이후 6개월 만에 가장 적은 수치다.
앞서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올해 7월(9518건)까지 7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였으나, 정부가 대출 한도를 축소하는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시행을 앞둔 8월 7609건으로 하락 전환하더니 9월에는 4951건으로 급감했다.
거래량이 줄면서 집값 전망도 하락세로 돌아섰다. KB부동산 월간 주택통계에 따르면 10월 서울 매매가격 전망지수는 101로 지난달 상승 전망 110 보다 둔화했다. 이 지수가 100 인근으로 회귀한 것은 5개월 만이다. 11월에는 이보다 더 크게 떨어진 94.0을 기록하며 7개월 만에 100이하로 하락 전환했다.
지역 시세를 이끄는 대장주 단지의 가격 흐름인 'KB 선도아파트 50지수'도 11월 103.1로 전월(102.4) 대비 0.63% 증가하는데 그치며 상승 폭이 3개월 연속 줄었다. 이 지수에는 서초구 반포동의 아크로리버파크, 송파구 가락동의 헬리오시티, 강남구 대치동의 은마아파트 등이 포함돼 있다.
이에 따라 당분간 주택 가격 약세가 이어지는 등 반등은 어려울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통상 금리와 집값은 반비례 관계지만, 집값 상승과 대출 규제로 매수 심리가 꺾인 현재 시장 상황을 고려할 때 상승 전환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2020~2021년 집값 급등 버블이 완전히 제거되지 않은 상황에서 올해 6~8월 단기급등에 대한 피로감까지 겹겹이 쌓인 상황"이라며 "은행 창구에 가면 대출문은 여전히 막혀 있고 대출금리는 요지부동이다. 투자 심리가 식는 마당에 기준금리 인하로 갑자기 구매욕구가 살아나는 것은 역부족"이라고 말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 리서치랩장은 "당분간 주택 거래시장의 숨 고르기와 수요자 관망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겨울이란 계절적 비수기에 금융권 여신 태도도 보수적일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라며 "연말 주택 거래 총량은 지난해 말 수준까지 감소하고 가격 흐름도 보합 또는 약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주택 시장이 반등하는 것은 일러야 내년 상반기가 될 것이란 예상이다. 김 소장은 "집값 반등은 이르면 내년 2분기쯤 가능할 것"이라며 "트럼프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 제거가 되고 서울 집값 안정이 이어지면서 정부의 압박이 약해질 것이고, 기준금리와 대출금리가 내려갈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