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혜이 코어라인소프트 규제혁신부 이사 “정부 국내 기업 지원 역할” 당부
전 세계적으로 의료 인공지능(AI) 산업이 발전하면서 허가 규정도 변하고 있다. 새로운 기술이란 장점이 있지만 우려도 있어서다. 해외 진출에 도전하는 국내 기업은 높아진 규제 문턱을 넘기 위해 더욱 분주해졌다.
의료AI 분야에서 7년 넘게(총 경력 20년) 인허가 업무를 해온 박혜이 코어라인소프트 규제혁신부 이사는 최근 서울 마포구 사무실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갖고 “기술이 발전하는 상황에서 규제는 의료 솔루션이 안전하게 사용될 수 있도록 한다”며 “각국은 이에 맞춰 규제를 강화하고 있고 기업들은 새로운 규제를 파악해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료AI는 의사의 진료 부담을 덜어주고, 진단 정확성을 높여 주목받는 산업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의료AI 시장은 2021년 110억 달러(약 14조 원)에서 2030년 1880억 달러(약 250조 원)로 성장할 전망이다. 그러나 안전성과 신뢰성에 대한 문제도 존재한다. 각국이 관련 허가 규제에 변화를 주고 있는 이유다.
우리나라는 AI 기반 의료기기 허가심사 가이드라인을 세계 최초로 발행했다. 또 지난달 26일 AI 기본법 제정안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를 통과해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 의결만 남겨두고 있다. 미국도 과거와 달리 식품의약국(FDA)에서 AI 기반 의료기기의 가이드라인을 제공하며 규제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박 이사는 “의료AI는 환자 안전과 개인정보 보호면에서 민감하다. 잘못된 AI 학습이나 의료기기 오류는 예기치 못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어 기기 자체의 안전성과 데이터 처리 방식이 더욱 엄격하게 관리될 필요가 있다”며 “AI를 포함한 의료기기에는 더욱 포괄적이고 심층적인 규제가 요구되며 강화된 규제가 의료기기에 적용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유럽의 경우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가 올해 8월부터 의료기기, 체외진단의료기기 등에도 적용되는 AI 규제법을 시행했다. 이 법은 세계 최초의 포괄적인 AI 규제법으로 관련 제품이 EU에 출시되기 위한 통일된 규칙을 정하고 있다. 의료기기는 2026년부터 적용된다. 앞서 EC는 2017년부터 의료기기 인증제도를 지침(MDD)에서 규정(MDR)으로 바꿔 규제를 강화했다.
박 이사는 “규정이 MDD에서 MDR로 바뀐 것은 의료기기의 안전성과 효과성을 강화하고, 제조업체의 책임을 확대하기 위함이다. 더 많은 임상 데이터를 준비하고 검증 절차를 통해 안정성을 입증하도록 하고, 시판 후 사후관리 측면도 강화했다”고 말했다.
의료AI 산업이 발전할수록 관련 규제는 더욱 변화하는 만큼 규제도 발전 속도에 맞춰 유연하게 적용돼야 한다. 데이터 관련 규제도 빠르게 적용될 것이고 AI 모델의 신뢰성과 투명성을 높이도록 강화될 것으로 예상한다. 업계에선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지 못해 해외 진출을 포기하는 기업이 나올 정도다.
박 이사는 “미래의 규제 변화는 의료AI가 현장에서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활용될 수 있게 기술 발전 속도에 발맞춘 방향으로 이루어질 것”이라며 “향후 규제는 데이터의 투명성과 품질을 더 엄격하게 관리하기 위한 방향으로 강화될 것이다. 데이터 편향성을 줄이고 AI 예측 신뢰성을 높일 수 있는 기준이 마련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박 이사는 국내 의료AI 기업이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규제를 잘 파악하고 요구하는 조항에 맞게 준비하는 등 전략을 잘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어떤 방식으로 허가받는 것이 효율적인지 전략을 수립하는 게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모든 규제를 알고 있어야 한다”며 “규제를 준수하고 기술적 신뢰성을 보장해야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정부의 역할도 당부했다. 박 이사는 “좋은 기술이 있어도 인허가 벽에 부딪혀 판매를 못 하는 경우도 있어 국내에서 허가 완료된 제품은 정부가 나서 다른 나라 규제기관과 소통하면 좋겠다. 그래야 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 속도를 높이고, 산업도 발전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