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권, TSMC 폭락에 마지노선 2만 선 붕괴
중국 상하이, 지표 호조에도 하락 반전
아시아증시가 5일 미국발 경기 침체 공포에 일제히 폭락했다.
일본증시 닛케이225지수는 이날 전장보다 4451.28포인트(12.40%) 급락한 3만1458.42에 장을 마감했다. 이는 미국 증시 급락이 전 세계로 확산했던 블랙먼데이 다음 날인 1987년 10월 20일의 3836포인트 하락을 넘어서 사상 최대 낙폭이다. 닛케이 평균 하락률도 역대 2번째로 컸다. 종가기준으로는 2023년 10월 이후 약 9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토픽스(TOPIX) 지수도 전장 대비 310.45포인트(12.23%) 떨어진 2227.15에 거래를 끝냈다. 하락 폭은 사상 최대였고, 하락률은 역대 2번째로 컸다.
중국증시 상하이종합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44.64포인트(1.54%) 밀린 2860.70에, 대만증시 가권지수는 전장 대비 1807.21포인트(8.35%) 급락한 1만9830.88에 각각 폐장했다. 대만 가권지수는 4월 23일 이후 약 3개월 반 만에 최저치를 찍었다. 심리적 마지노선인 2만 선도 붕괴했다. 종가 기준 하루 낙폭으로는 역대 최대라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대만증시를 대표하는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 TSMC 주가가 9.75% 폭락하면서 전체 증시 급락세를 부추겼다.
한국시간 4시 24분 현재 홍콩증시 항셍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361.48포인트(2.13%) 내린 1만6584.03에, 인도증시 센섹스지수는 2547.53포인트(3.15%) 빠진 7만8434.42에, 싱가포르ST지수는 160.74포인트(4.75%) 하락한 3220.71에 거래되고 있다.
미국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위험회피 매도세가 속출했다. 지난주 미국 고용통계에서 취업자 수 증가 폭이 시장 예상치를 밑도는 등 경기 둔화를 나타내는 지표가 잇따라 발표되면서 투자 심리가 위축됐다. 7월 미국의 고용은 현저하게 둔화했고 실업률은 거의 3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강세장을 이끌었던 미국 기술주 약세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일본 주식시장의 경우 엔화 강세까지 겹치면서 패닉셀링(투매)이 쏟아졌다. 이날 도쿄 외환시장에서는 달러 대비 엔화 환율이 한때 달러 당 142엔대까지 치솟았다. 이는 약 7개월 만의 엔고·달러 약세 수준이다.
이데 신고 닛세이기초연구소 수석 주식 전략가는 “만석인 극장에서 누군가 ‘불이야’ 외쳤을 때 벌어지는 광경과 유사하다”며 “시장 참여자가 모두 한꺼번에 시장에서 자금을 빼내려고 한다. 매도가 매도를 부르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증시는 자국 서비스업 지표 호조에 장중 아시아증시 중 유일하게 상승하기도 했으나 결국 후반 들어 매도세가 유입되면서 하락 반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