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조선사들, 잇따르는 수주 취소·연기…“발주처 지정학적 리스크 꼼꼼히 따져야”

입력 2024-06-18 15:47수정 2024-06-19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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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重, 러시아 측 취소 통보 받아
선박 수주 취소·연기 사례 늘어
지정학적 리스크가 계약 차질로 이어져
“계약 앞서 발주처 리스크 면밀히 살펴야”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사진제공=삼성중공업)

국내 조선사들이 호황기를 맞아 수주를 늘리고 있지만, 현지 발주사의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한 수주 취소 및 연기 사례도 함께 늘고 있다. 업계는 일정 차질 자체가 조선사에 리스크로 다가오는 만큼, 향후 수주 전략을 짤 때는 지정학적 리스크를 지금보다 더 신중히 따져봐야 한다고 설명한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이 러시아 즈베즈다 조선소로부터 일방적으로 34억7000만 달러 규모의 수주 계약 해지 통보를 받았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미국과 서방의 제재가 시작되면서 건조 진행이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총 22척 중 이미 건조 후 인도 완료된 5척을 제외한 17척에 대한 계약이 취소됐다. 즈베즈다 측은 이에 그치지 않고 자신들이 삼성중공업에 냈던 선수금 8억 달러도 돌려 달라고 요구 중이다. 이에 삼성중공업 측은 싱가포르 중재법원에 소송을 건다는 입장이다.

한화오션도 러시아 리스크에 고생하고 있다. 2020년 러시아 선사로부터 수주했던 쇄빙선 3척(8억7000만 달러 규모)에 대한 대금을 기한 내 받지 못해서다. 이에 한화오션이 계약해지를 통보했고, 러시아 선사들이 싱가포르 중재법원에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한화오션은 해당 쇄빙선들의 재판매에 나섰다.

이외에도 모잠비크 프로젝트에 참여한 HD한국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도 2020년 계약한 액화천연가스(LNG)선 14척 건조 건이 계속 연기되고 있다. 당초 계약은 내년께 건조 완료 후 인도하는 일정이다.

그러나, 이슬람 반군에 의한 현지 보안 상황 악화가 계속되며 2028년~2029년 인도로 또다시 연기됐다. 지금까지 총 5차례 연기된 것으로, 이후에도 현지 사정에 따라 추가 연기 가능성도 점쳐진다.

문제는 연기나 취소에 대한 보상도 쉽지 않다는 점이다.

발주처가 제한적인 조선업 상황을 고려할 때 향후 수주를 위해 불편한 관계를 만들기 쉽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발주처, 특히 10척 이상을 동시 발주하는 대량 발주처는 전 세계적으로도 많지 않다”면서 “미래에 있을 대량 발주를 고려하면 조선사가 발주처에 밉보일 수 있는 보상 요구를 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고 말했다.

리스크가 해소된 후 대형 발주처가 수주 업체를 선정할 때를 고려할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물론 상대적으로 저가로 수주 계약을 맺었던 물량이 취소되면 오히려 이득이 되기도 한다. 최근 조선 가격이 급등하며, 수익성이 크게 개선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을 고려하더라도 업계에서는 일정에 차질이 생기는 것 자체가 조선사에 큰 부담이라고 지적한다.

업계 관계자는 “예정했던 일정에 차질이 생기는 것 자체가 조선사 입장에서는 손실”이라며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향후 수주 전략을 짤 때는 발주사 측 지정학 리스크를 지금보다 더 신중히 따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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