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 만에 新세계 만든 정용진…이젠 실적 앞으로 [정용진號 출범 100일]

입력 2024-06-1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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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8일 회장 승진...대내외 위기 속 '비상경영' 효험

(이투데이 그래픽팀/손미경 기자)

구조조정 단행해 수익성 제고...SNS 중단, 외부활동 자제
이마트ㆍ스타필드ㆍ스타벅스ㆍ조선호텔 등 영업익 개선
“C커머스 공세 속 강력한 리더십...앞으로 행보 주목”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취임 100일을 맞는다. 부회장에 선임된 지 18년 만에 회장직에 오른 그가 느낄 ‘왕관의 무게’가 상당하다. 고물가·고금리로 인한 소비심리 위축으로 그 어느 때보다 위기인 상황에서 취임 축포조차 쏠 겨를이 없었다. 정 회장은 곧바로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그룹 내부에선 고강도 쇄신 인사, 불필요한 비용 축소 등을 통해 구성원의 긴장감을 높였다. 동시에 각 계열사별 충성고객 확보와 수익성 확대 전략에 매진했다. 3개월간 그 누구보다 ‘치열한 신세계’를 경험했던 그다. 100일간의 워밍업(warming-up)을 끝낸 정 회장이 앞으로 얼마나 ‘멋진 신세계’를 펼쳐낼지 재계가 주목하고 있다.

1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3월 8일 승진한 정 회장은 15일 취임 100일을 맞는다. 신세계그룹은 그의 승진 인사에 대해 “날로 경쟁이 치열해진 유통시장에서 훨씬 다양한 위기 요인이 쏟아지고 있는 만큼, (그룹을 이끌) 보다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정 회장을 중심으로 급변하는 환경을 정면돌파하려 한다”며 선임 배경을 밝혔다.

확보 지분 등에서 변화가 없음에도 정 회장은 승진과 동시에 실질적으로 그룹 장악력을 강화하게 됐다. 여동생인 정유경 신세백화점 총괄사장의 역할도 그대로 유지해 ‘다정한 남매 경영’에도 이상기류가 전혀 없었다. 최근 아워홈 등 재계 곳곳에서 후계자들끼리 경영 분쟁이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모친인 이명희 그룹 총괄회장이 여전히 건재하고, 신세계그룹 역시 범삼성가답게 장자승계 원칙에 따라 정 회장의 ‘원톱 체제’를 공고히 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정 회장은 취임과 동시에 살얼음판인 시장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 이마트 등 그룹사 전반의 실적 하락, 유통시장 업황 악화 등의 악재가 산재해 있었다. 이를 반등시켜야 하는 무거운 숙제가 그의 손에 놓였다. 그룹 캐시카우인 이마트는 지난해 창사 첫 적자(영업손실 469억 원)를 냈다. ‘유통 공룡’ 이마트는 지난해 ‘이커머스 공룡’ 쿠팡(31조8000억 원)에 매출(29조4000억 원)로도 역전당하는 수모도 겪었다. 이마트 계열사인 신세계건설도 부채비율 900%를 웃돌며 유동성 악화에 직면했다. 그로 인해 주가도 힘을 잃었다.

정 회장은 날카로운 구조조정의 칼을 뽑아 들었다. 이마트 창립 31년 만에 처음으로 ‘희망퇴직’이 시작됐다. 과감한 인력 효율화를 통해 수익 개선을 꾀한 것이다. 또 법인카드 자제령과 장기근속직원 대상 무급휴직 등의 조치도 이어졌다. 이마트와 이마트 에브리데이의 합병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꾀하기도 했다.

정 회장이 빼 든 또 하나의 칼은 고강도 인적 쇄신이다. 그룹 컨트롤타워인 경영전략실과 계열사 경영진에 대한 채찍은 특히 매서웠다. 그는 취임 초반부터 수시 인사를 단행해 그룹 내 날 선 긴장감을 형성했다. 4월 신세계건설 정두영 대표를 전격 경질하고 허병훈 경영전략실 경영총괄 부사장을 새로운 대표로 선임한 것이 단적인 예다. ‘재무전문가’를 선임, 위기에 처한 신세계건설의 리스크 관리에 주력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이와 동시에 일선 계열사 수장들에게 “수익을 못 내면 누구도 예외는 없다”는 경고성 메시지를 공표한 셈이 됐다.

정 회장은 지난해 11월 당시 부회장으로서 경영전략실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도 “업무 영역별로 정밀한 핵심성과지표(KPI)를 수립해 성과를 낸 조직과 임직원에게는 확실한 보상을 뒷받침해 주고, 그러지 못한 조직과 임직원에게는 반드시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었다.

올해 들어선 ‘수익성 제고’를 특히 강조하고 있다. 그는 올해 초 신년사를 통해 “조직은 성과를 내기 위해 존재하고 기업은 수익을 내야 지속 가능할 수 있다”면서 “2024년에는 경영 의사 결정에는 수익성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특히 그는 평소 즐기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마저 중단하는 등 불필요한 외부활동을 줄이고 비상경영에 집중했다. 그 결과, 정 회장이 회장직에 오른 직후부터 이마트 실적은 상당 부분 개선됐다. 이마트의 1분기 영업이익(연결 기준)은 471억 원으로, 지난해보다 245% 증가했다. 주요 계열사인 스타벅스(SCK컴퍼니) 역시 60% 증가한 327억 원, 스타필드 운영사인 신세계프라퍼티는 321% 증가한 122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조선호텔앤리조트도 전년보다 35% 증가한 54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또 다른 난제인 신세계그룹과 SSG닷컴 재무적 투자자(FI)와의 1조 원 규모 풋옵션(매수청구권) 행사 이슈도 정 회장의 용단으로 진화됐다. 신세계그룹과 FI는 연말까지 제3자에게 지분을 매도하기로 합의했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C커머스(중국 이커머스)와 국내 이커머스의 물량 공세 속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이 생존 기로에 선 상황에서 과감한 변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이 과정에서 정용진 회장이 취임 100일간 강력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쇄신을 단행했고, 연말까지는 고객의 시간을 점유하는 전략을 통해 그룹 전체의 수익성 개선에 주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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