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영업비밀 빼돌린 전 삼성전자 직원들 재판 행…공소장 살펴보니

입력 2024-05-29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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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템 보안 오류 발생하자 파일 빼돌려
내부 기밀 자료를 개인 ‘특허 브로커’ 사업에 활용
안승호 전 부사장, 삼성전자에 소송 걸고
피고인, 안승호에 삼성전자 소송 대응 자료 건네고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삼성전자 내부 자료 유출 혐의를 받는 삼성전자 전 직원들이 최근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 수사 결과 이들은 현재 검찰 수사를 받는 안승호 전 삼성전자 부사장과 공모해 주요 기밀 자료를 빼돌린 것으로 조사됐다.

29일 법조계와 재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정보기술범죄수사부(이춘 부장검사)는 1월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영업비밀누설등), 업무상 배임 혐의를 받는 이모 씨와 박모 씨를 구속기소했다.

민주당 권칠승 의원실로부터 제공받은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두 사람은 삼성전자 지적재산(IP)센터와 반도체(DS) 분야 IP센터에서 라이선스 계약체결 업무를 담당했다.

이 씨는 박 씨를 통해 삼성전자의 자료를 빼돌린 것으로 조사됐다. 이 씨는 삼성전자 모르게 일본의 특허컨설팅 업체를 운영했는데, 주로 일본기업의 특허를 삼성전자를 포함한 국내 기업들에 매각하거나 라이선스 중개하는 ‘특허 브로커’로 활동했다.

2019년 이 씨는 박 씨에게 “일본에서 개인적으로 하는 일이 있는데, 그 일에 필요하니 IP센터 주간업무보고 파일을 공유해 달라”고 부탁했다.

이에 박 씨는 삼성전자 IP센터 사무실에서 ‘20주차 주간업무보고’ 파일을 이 씨에게 이메일로 전달했다. 1년 반 동안 그렇게 91차례에 걸쳐 삼성전자의 영업 비밀과 특허 분석 정보들이 빠져나갔고, 이 씨는 이렇게 취득한 정보를 자신의 특허 중개 영업에 활용했다.

이들이 빼돌린 자료는 매주 그룹장 이상의 임원들이 참석하는 임원회의의 자료인 주간업무보고다. 삼성전자 IP센터 산하 조직인 라이센싱팀, 기술분석팀, IP전략팀, IP법무팀, IP출원팀 등이 작성한 것이다. 이 자료에는 삼성전자가 추진 중인 특허 매입·라이선스 계약 협상, 침해소송에 대한 대응방안 등 각종 기밀 현안, 그리고 영업 비밀인 ‘특허 분석 정보’가 포함됐다.

▲ (이미지투데이)

검찰은 이 씨가 삼성전자 초대 IP센터장을 지낸 안 전 부사장의 범행에도 가담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안 전 부사장은 특허 매매, 라이센스 계약체결, 소송 대응 등 업무 총괄, 센터 고문으로도 활동하다가 2019년 삼성전자를 퇴사했는데, 퇴사 직전 특허관리기업(NPE)을 설립했다.

이 씨의 중개로 안 전 부사장의 NPE는 일본 회사의 OLED 디스플레이 특허와 여러 일본 기업의 M-BANK 특허에 대한 각 독점 서브라이선스권을 취득했다. 검찰은 안 전 부사장이 이런 식으로 라이선스권을 취득하며 수익화를 목적으로 다수의 NPE를 국내외에 차례로 설립했다고 보고 있다.

안 전 부사장의 NPE는 음성 인식 관련 특허를 보유한 미국 A 사와 서브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고, 2021년 “삼성전자가 A 사의 특허 18건을 침해했다”면서 삼성전자에 6500만 달러(약 886억 원)의 라이선스 계약 체결을 요구했다.

이에 삼성전자 IP센터는 A 사의 특허 18건을 분석했고, 그 결과와 대응방안을 담아 ‘A 사 현황 보고’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작성, 사내 ‘특허분쟁시스템’에 등록했다. 이같은 특허 분석결과는 외부로 유출되면 특허권자에 대한 협상력과 소송 대응력이 떨어질 수 있어 철저한 영업 비밀로 관리됐다.

안 전 부사장은 삼성전자 내부 분위기를 살피기 위해 이 씨에게 “삼성전자 IP센터 내부 상황을 알아봐 달라”, “삼성전자가 우리와 협상할 의지가 있는지 궁금하다”고 부탁했고 이에 이 씨는 특허분쟁시스템에서 관련 보고서를 검색하기 시작했다.

삼성전자의 특허분쟁시스템은 보안을 위해 특정 특허의 분석과 대응을 담당하는 직원 외에는 보고서 열람이 불가능하다. 그런데 시스템 오류로 인해 종종 보고서가 검색되는 상황이 발생했고, 이 씨는 ‘A 사 현황 보고서’ 파일을 내려받을 수 있었다.

이 씨는 사내 이메일 시스템의 실시간 모니터링 감시를 피하기 위해 파일명을 바꾸고 비밀표시를 삭제한 뒤 자신의 사내 이메일로 발송했다. 그는 자신의 자택에서 해당 문서를 출력했고, 안 전 부사장에게 건네는 식으로 자료를 유출했다.

검찰은 이들을 기소하며 “피고인들은 삼성전자의 영업 비밀을 안 전 부사장에게 누설해 피해자(삼성전자)의 영업비밀 등을 무단 반출, 영업비밀 등의 시장 가치에 해당하는 액수 미상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고, 피해자에게 동액 상당의 재산상 손해를 가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부정경쟁 방지 및 영업비밀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영업비밀 누설 등) 혐의를 받는 안승호 전 삼성전자 부사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재청구했다고 밝혔다. 안 전 부사장에 대한 구속영장은 지난 1월 한 차례 기각된 바 있다.

서울중앙지법 남천규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30일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영업비밀누설 등) 혐의를 받는 안 전 부사장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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