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FP 배터리 활용 늘어나는데…‘역행’하는 보조금 정책 [LFP 배터리 딜레마]

입력 2024-03-2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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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 보조금 개편안, LFP 배터리 견제에 초점
LFP 개발 나선 韓 기업…전기차 확대 둔화 우려도

이달 초 열린 국내 최대 배터리 전시회 ‘인터배터리 2024’에서 SK온이 기존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보다 성능을 높인 ‘윈터 프로’ LFP 배터리를 공개했다. 일반적으로 LFP 배터리가 저온에서 에너지 효율이 크게 떨어지지만, 윈터 LFP 배터리는 에너지 밀도를 높이면서도 저온 충전 용량, 방전 용량을 늘리는 등 효율을 높였다. 국내 기업들이 개발 중인 ‘차세대 LFP 배터리’가 구체화된 모습이다.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는 LFP 배터리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 전기차 시장의 성장세가 둔화하는 요인 중 하나로 전기차의 ‘높은 가격’이 지목되며 여러 완성차 업체가 LFP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를 통해 판매량 확대를 노리고 있다. 보다 저렴한 배터리를 탑재해 최종 제품인 전기차 가격을 낮추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LFP 배터리는 니켈·코발트·망간(NCM), 니켈·코발트·알루미늄(NCA) 등 삼원계 배터리보다 30%가량 저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삼원계(NCM622 기준) 배터리 셀 가격은 킬로와트시(kWh)당 96달러, LFP는 kWh당 68달러로 두 배터리 가격 차이는 약 29%였다.

현대자동차그룹의 경우 국내 중견 기업들과 공동 연구를 통해 이르면 내년부터 직접 개발한 LFP 배터리를 실제 제품에 적용할 계획이다. 배터리 기업도 글로벌 완성차 업계의 흐름에 맞춰 LFP 배터리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내년 하반기 전기차용 LFP 양산을 시작한다고 밝혔으며, 삼성SDI도 2026년 양산을 목표로 개발을 진행 중이다. 그간 국내 전기차 생태계가 삼원계 배터리를 중심으로 형성됐지만 LFP 배터리의 중요도가 커지며 시장 전략이 달라지고 있다.

▲LFP 배터리가 탑재된 KG 모빌리티 '토레스 EVX' (사진제공=KG모빌리티)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LFP 배터리를 탑재한 중저가 전기차들은 보조금을 100% 받지 못한다. 정부가 올해 발표한 전기차 보조금 개편안이 LFP 배터리에 불리한 보조금 체계를 갖췄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이번 개편안에서 새로 추가된 ‘배터리환경성계수’는 배터리의 재활용 가치를 따져 가치가 낮은 배터리에 대한 보조금을 삭감한다. ‘배터리효율성계수’는 배터리의 부피당 에너지 밀도를 따져 리터(ℓ)당 출력이 높은 배터리를 장착해야 성능 보조금이 줄어들지 않는다. LPF 배터리가 삼원계 배터리에 비해 재활용할 유가금속이 적고, 에너지 밀도가 낮다는 점을 겨냥한 정책이다.

실제로 BYD의 LFP 배터리를 탑재한 KG 모빌리티의 ‘토레스 EVX’의 경우 보조금 개편으로 보조금이 203만 원 축소됐다. 이에 KG 모빌리티는 보조금 개편안 발표 당일 200만 원에 이르는 할인을 올해 내내 이어간다고 밝혔다. 할인으로 수익성 저하가 우려되는 만큼 완성차 제조사 입장에서 달가운 상황은 아니다.

업계에서는 해당 보조금 개편안이 ‘중국산’ LFP 배터리를 견제하기 위한 장치로 해석한다. 저렴한 LFP 배터리를 앞세운 CATL, BYD 등 중국 배터리 업체로부터 국내 전기차 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한 정책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국내 전기차 관련 업계의 평가는 엇갈린다. 국내 기업들이 최근 LFP 배터리를 탑재, 개발하는 등 활용을 늘리고 있어서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LFP 배터리의 중요성은 점차 커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1월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 배터리 업체인 CATL과 BYD의 시장점유율은 각각 39.7%, 14.4%로 1, 2위를 차지했다. 국내 배터리 3사 합산 점유율인 20.2%를 아득히 넘어선다. 내수 시장은 물론 BMW, 메르세데스-벤츠 등 메이저 완성차 기업에 LFP 배터리를 납품한 덕분이다.

이처럼 LFP 배터리의 중요성이 커지자 올해와 같은 방식의 보조금 정책을 장기적으로 이어가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원계 배터리가 LFP와 가격 경쟁을 하기 불가능한 것은 물론 ‘친환경차 보급 확대’라는 정책 방향성을 고려할 때 사실상 값비싼 NCM 배터리에 혜택을 주는 방식은 오히려 정책 취지와 어긋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친환경을 고려한 보조금 체계를 마련하는 방향성은 이해된다”면서도 “오히려 올해 보조금 정책이 LFP 배터리를 탑재한 중저가 전기차 판매량에 악영향을 끼쳐 전체적인 전기차 보급 확대가 늦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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