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현로] 의대 정원 확대는 시대적 요구다

입력 2024-02-2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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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근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미래교육원 원장

인재공급 늘려 의료산업 육성하고
경쟁 유도해 서비스質 제고 시급해
단계별 확대 등 출구전략 병행하길

23일 보건의료 위기단계가 경계에서 최고 단계인 심각으로 격상됐다. 26일엔 전공의 1만 34명이 사직하고, 이 중 근무지를 이탈한 전공의는 72.3%가 넘는 상황이다. 누가 봐도 의료대란이다.

대란의 뇌관은 증원규모 2000명이 과다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전에 우리가 기득권이라 칭했던 변호사, 언론사 게다가 대학조차도 기득권을 내려 놓은 상황에서 거의 유일무이하게 남아 있는 대한의사협회(의협)의 기득권 지키기는 국민의 동의를 얻기 어렵다. 정부의 2000명 증원은 대학에 소요조사를 바탕으로 정해졌다. 이제 와서 2000명 규모가 너무 많다고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사법고시가 사라지고 로스쿨제 도입으로 많은 변호사가 배출되면서 국민은 손쉽게 변호서비스를 접하고 있다. 예전엔 변호사비가 비쌌고, 특정집단의 전관예우로 인해 서민들은 그 서비스 접근조차 어려웠으나 지금은 변호서비스도 하나의 산업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로톡과 같은 새로운 서비스 출현으로 소비자가 변호서비스를 선택하는 수준까지 발전했다.

의대 정원 확대에 반대하는 전공의들의 파업이 이어지고 교수들까지 가세할 기세라 환자들의 피해는 심해지고 있다. 전공의들이 담당하던 업무가 간호사나 간호조무사 등 다른 직군에 넘겨지면서 이들은 업무 과중과 불법 의료 행위에 대한 부담감을 호소하고 있다. 따라서 의료사고 발생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정부는 단호하게 의료 파업에 대처할 필요가 있다. 총선과 환자를 볼모로 의협의 기득권 지키기를 용인한다면 더 이상 의료개혁은 어려워질 것이다. 그러므로 정부는 파업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 환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비상수단을 동원해야 하며, 이를 위해 만성질환에 대해서는 원격의료를 통해 내원하지 않아도 처방이 가능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의협은 “의료 인력은 충분하며, 일부 지역 및 분야에서는 오히려 의료 인력 잉여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지역 의료서비스 확충을 위해서라도 의대 정원 확대가 필수불가결하다. 지방에서 의대를 졸업하는 대다수 전공의들은 수도권에서 일자리를 찾는다. 그것은 그만큼 수도권에 공급이 적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의사도 변호사처럼 공급이 충분하여 경쟁이 도입되면 의료서비스가 한층 개선될 것이다. 여기에 의료기기와 인공지능의 발달로 의료서비스의 질은 급격하게 좋아질 것이다. 그리고 의료서비스를 의료산업으로 육성하여 제2의 반도체, 제2의 이차전지 산업처럼 우리 국민 전체의 먹거리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자양분인 인재가 충분히 공급돼야 한다.

의협은 의대 정원의 급격한 확대가 부실 교육으로 이어져 환자 진료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또한 실상과는 다르다. 의사직군이 그 어느 직군보다 소득이 높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고교 성적 우수자들의 의대 쏠림현상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의대 정원확대를 통해 일정수준의 실력을 갖춘 자라면 누구나 의대에 입학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 의사의 배출이 많아진다면 3개월이나 기다려야 하는 수술도 3분 진료와 같은 의료서비스는 줄어들 것이며, 우수한 인재들이 더 이상 의대만을 좇지는 않을 것이다. 산업 인재의 다양성 확보차원에서도 도움이 될 것이다.

충분한 공급과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서는 의대정원 확대는 시대적 요구라 할 수 있다. 한편으로 정부도 현재 환자 피해를 최소화하고 의료 현장 혼란을 줄이며 의협과의 갈등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시차를 두고 의대정원을 확대하는 방안과 일정 수준을 갖춘 대학의 의대 신설 등 출구전략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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