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너머] 내국인 '해외여행→국내여행' 유도책 시급

입력 2024-02-2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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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연간 여행수지 적자가 125억 달러를 넘어섰다는 한국은행의 국제수지 결과가 최근 발표됐다.

여행수지는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이 지출한 돈에서 해외여행에 나선 내국인이 현지에서 쓴 돈을 뺀 수치를 말한다. 여행수지가 적자를 냈단 것은 방한(訪韓) 외국인 관광객으로부터 벌어들인 돈보다 내국인이 해외에 나가 쓴 돈이 더 많다는 얘기다.

우리나라는 만성적인 여행수지 적자국인데 지난해 적자 규모는 의미하는 바가 크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9년 여행수지 적자(-118억7000만 달러)를 훌쩍 뛰어넘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여파로 출입국이 제한됐던 2020년(-58억2000만 달러), 2021년(-61억3000만 달러), 2022년(-79억3000만 달러)까지 적자 규모는 연간 80억 달러를 밑돌았었다.

지난해 여행수지 적자가 대폭 늘어난 것은 코로나19로 그간 억눌려 있던 내국인의 해외 여행 수요가 엔데믹(풍토병화)으로 폭발한 데 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작년 1~11월 누적 해외 여행 내국인은 2030만 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516만 명(293.4%) 늘었다. 이는 2019년(2871만 명)의 71% 정도로 4년 만에 2000만 명대에 다시 진입한 것이다. 같은 기간 방한 외국인 관광객 수인 999만5000명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내국인의 해외여행 급증은 우리 국민이 여유로운 삶을 살고 있음을 방증한다. 이는 수십년 전까지만 해도 후진국이던 우리나라가 짧은 시간에 선진국으로 도약하며 국민 소득이 크게 증대됐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우리 국민이 해외여행을 즐기는 것은 개인 자유이기 때문에 이를 문제 삼을 순 없다. 다만 해외여행 확대가 국내 내수 경기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점은 곱씹어 볼 부분이다. 더욱이 올해 고물가·고금리 장기화로 인한 소비 부진이 우리 경제의 성장을 제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해외여행 급증은 뼈아플 수밖에 없다. 국내에서 소비될 돈이 해외에서 쓰여 현지 관광국의 내수만 진작시킬 수 있어서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선 정상요금보다 비싸게 받는 바가지요금 근절 등 내국인의 해외여행 수요를 국내 여행지로 유도할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이 시급하다. 그래야 국내 소비 여력이 확충될 수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한류 등으로 위상이 커진 우리나라의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 더 매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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