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저축은행 매물 쏟아지나…'위기가 기회' 관측도[금융권 M&A 시계제로]

입력 2023-12-1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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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금융권 인수합병(M&A) 시장이 조용히 흘러간 것처럼 내년 전망도 밝지만은 않다. 역대급 가계 부채와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리스크 등 시장 불확실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질 가능성 때문이다. 다만 저축은행, 캐피탈 등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2금융권을 중심으로 ‘매력적인’ 매물이 쏟아지면 포트폴리오 완성이 시급한 금융지주사들을 중심으로 ‘큰 장’이 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79개 저축은행의 고정이하여신(3개월 이상 연체된 부실채권) 비율은 6.40%다. 전 분기 대비 0.79%포인트(p) 오른 수치다. 같은 기간 연체율은 6.15%로 0.82%p 뛰었다. 위기감을 감지한 금융당국이 이달부터 저축은행 연체 채권 관리실태에 대한 현장점검에 돌입한 배경이다.

올해 3분기까지 전체 저축은행은 1400억 원이 넘는 순손실을 기록 중이다. 4분기 전망도 어둡다. 예대마진이 줄어든 데다 부동산 PF 연체율 상승 등 건전성이 악화한 영향이다. 특히 일부 지방의 경우 줄도산할 수 있다는 비관론까지 대두된 실정이다. 실제 저축은행은 부실 위험도가 큰 브리지론 비중이 금융권 중 가장 높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브리지론 비중은 PF 중 저축은행 58%, 캐피털 39%, 증권사 33% 순이다. 시장에서는 내년 1분기부터 브리지론 익스포저가 집중된 저축은행, 캐피털, 증권사는 손실로 인해 무너지는 곳이 나올 수 있다고 우려한다.

작년 하반기 경착륙 위기에 직면한 부동산 PF는 금융당국의 전방위적 정책 지원에 힘입어 고비를 넘겼다. 4월에는 전 금융권이 참여하는 PF 대주단 협약이 가동되면서 연착륙의 기반이 마련됐으나, 이후 규모나 내용 면에서 유의미한 리스크 감축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브리지론은 대부분 회수가 아닌 만기연장만 이뤄지고 있고, 본PF는 미분양 우려 또는 분양가 인상 기대로 인한 분양 연기로 규모가 줄어들지 않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도 최근 ‘장기전에 대비해야 하는 금융업권’이라는 보고서에서 금융권 중 증권, 캐피털, 부동산신탁, 저축은행 업종의 내년 전망을 부정적으로 봤다. 이유는 부동산 PF 부실 문제와 관련해 잠재 위험이 크고, 수익성과 자산 건전성 우려를 들었다. 고금리 장기화도 2금융권을 중심으로 유동성 확보와 자산 건전성 유지를 어렵게 하는 요소로 꼽힌다. 즉, 부실 위험이 큰 데다 향후 수익성 전망도 부정적이어서 저축은행이 매물로 나와도 인수할 요인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반면 M&A 시장에 더 많은 매물이 쏟아질 가능성이 큰 것은 금융지주사 입장에선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자산건전성이 튼실한 금융지주를 중심으로 내년엔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가 시급한 만큼 급매물 선점이 이뤄질 수 있다는 얘기다.

금융권 관계자는 “저축은행이나 캐피털사, 증권사 등은 험난한 내년이 되겠지만, 고금리 장기화 속에서 막대한 이자 이익을 통해 금고를 채운 금융지주들은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라는 숙제를 해결할 타이밍이 될 수 있다”며 “금융지주사 전환을 위해 자산운용사나 캐피털사 인수를 고려하는 Sh수협은행의 경우에도 내년이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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