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에도 나이가 있나요” 다시 불붙은 ‘소년법’ 논란 [이슈크래커]

입력 2023-11-20 16:07수정 2023-11-20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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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입 통제되는 ‘용인 캣맘 벽돌’ 사건 현장. (연합뉴스)
“누구를 탓해야 할지 모르겠다.”

17일 서울 노원구 월계동의 한 아파트에서 70대 노인이 초등학교 저학년 남자아이가 던진 돌에 맞아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돌을 던진 아이는 8세로 사건 조사에서 “별생각 없이 장난으로 돌을 던졌다”라고 진술했습니다. 아파트 내 CCTV에 따르면 이 학생은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사는 동갑내기 친구와 함께 있던 중 복도 방화문을 괴어놓은 돌을 발견하고 밖으로 던진 것으로 보입니다. 위에서 날아온 돌에 하루아침에 가족을 잃었지만, 돌을 던진 학생이 ‘촉법소년’보다도 어린 ‘범법소년’이라 책임을 묻기도 쉽지 않은데요. 유족은 다리가 불편한 어머니를 부축하다 돌에 맞아 사망한 아버지를 떠올리며 “너무 억울하고 황망하고 우리 아버지가 불쌍하다”라는 답답한 심정을 드러냈습니다.

이 사건은 과거 ‘용인 캣맘 벽돌사건’으로 널리 알려진 사건과도 유사한 점이 있습니다. ‘용인 캣맘 벽돌사건’은 2015년 10월 8일 경기 용인 수지구의 한 아파트 옥상에서 초등학생들이 벽돌을 던져 아래에 있던 50대 여성이 사망하고 20대 남성이 크게 다친 사건을 말합니다. 당시 피해 여성이 화단에서 고양이 집을 만들던 중 피해를 본 것으로 밝혀져 위 이름으로 널리 알려지게 됐는데요. 이 사건의 피해자들 역시 위에서 날아온 벽돌로 인해 되돌릴 수 없는 큰 피해를 보았지만, 벽돌을 던진 이가 어린 학생이라 제대로 책임을 물을 수 없었습니다.

피해자는 있지만 가해자는 없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피해자의 억울함은 커질 수밖에 없는데요. 과연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강력범죄에 대해서도 면죄부를 주는 것이 정당한 것일까요? 이에 ‘촉법소년’ 논란에 다시 불이 붙고 있습니다.

반복되는 ‘촉법소년’ 논의... “흉악범죄 증가해” vs “교화에 초점 맞춰야 해”

▲청소년들에게 공개된 소년범 재판 현장.(연합뉴스)
위의 두 사건에서 살펴볼 수 있듯 가해자가 미성년자인 경우 피해가 명확하게 발생했음에도 가해자가 너무 어려 온전한 책임을 물기 어려운 경우가 많았습니다. 정신발육이 미숙하고 교화 가능성이 크다는 소년범의 특성을 고려해 특별 조치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형법 제9조는 ‘14세가 되지 아니한 자의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라고 명시하며 만 10세부터 14세 미만의 아이들을 ‘촉법소년’으로 규정해 관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촉법소년’ 규정을 두고 연령을 더 낮게 조정하거나 규정 자체를 없애야 한다는 주장이 지속해서 제기되고 있습니다. 촉법소년 연령은 1958년 법이 제정된 이후 그동안 단 한 번도 바뀌지 않았는데요. 리얼리서치코리아가 2022년 6월에 성인 350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촉법소년 연령 하향에 찬성하는 이들은 전체 응답자의 80.2%를, 중립이나 입장 없음은 14.4%를, 반대는 5.4% 차지했습니다. 촉법소년에 대한 여론이 변화하고 있는 데에는 미성년자들의 범죄가 점점 더 계획적이고 흉악해지고 있다는 사회적 인식이 반영됐습니다. 살인을 저지른 미성년자나 학교 폭력으로 다른 미성년자에게 트라우마를 남긴 미성년자 등 죄질이 나쁜 소년범의 경우 성인범과 똑같이 자신의 죄에 대한 책임을 지도록 제도를 손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에 법무부는 2022년에 ‘촉법소년 연령 기준 현실화 TF’를 창설해 촉법소년의 기준을 만 14세 미만에서 13세 미만으로 한 살 낮추는 소년법 개정을 추진하기도 했는데요. 현재는 반대 입장에 부딪혀 개정안이 국제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인 상태입니다.

소년법 개정을 반대하는 인권위원회나 관련 학회 등의 입장도 설득력은 있습니다. 이들은 소년범을 처벌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고 주장하는데요. 이른 나이에 교육과 관심으로 교화시킬 수 있음에도 범죄자 낙인을 찍음으로서 사회 부적응자로 만들거나 범죄 재범률을 높이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또한, 소년범의 경우 가정 폭력, 불화, 경제적 어려움, 미래에 대한 막막함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은데 아이들을 범죄로 내모는 사회에 대한 성찰 없이 벌하기만 한다면 우리 사회가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갈 수 없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습니다.

부모·국가도 사고 예방책임 다해야 해

▲(연합뉴스)
미성년자의 범법행위 처벌에 대한 의견공방이 오가는 가운데 미성년자 대신 보호자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방법도 있습니다. 민법 750조와 755조는 미성년자가 일으킨 손해가 감독의무자의 의무 위반과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을 때 범죄를 저지른 미성년자 대신 그 부모가 책임을 다하게 하고 있는데요. 아이가 책임질 수 없다면 감독 의무를 지는 보호자가 이를 책임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실제 처벌 사례도 있습니다. 2014년 서울중앙지법은 한 고등학생이 훔친 오토바이를 몰다 보행자를 친 사건에 대해 운전자가 이전에도 무면허 운전을 한 적이 있다는 점을 들어 보호자에게 배상 책임을 지게 했습니다.

이전의 사례로 충분히 향후 범죄 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으므로 잘 감시했어야 했다는 것이죠. 다만, 전적도 없고 보호자가 잠든 사이 아이가 범죄를 저지르는 등 보호자가 예견할 수 없던 범죄행위에 대해서는 보호자의 책임 역시 인정되지 않습니다. 위의 ‘70대 노인이 아이가 던진 돌에 맞아 사망한 사건’ 역시 민법 750조와 755조에 따라 부모가 범죄의 책임을 지게 될 가능성이 있는데요. 부모의 감독의무를 어디까지 볼 것인지, 부모가 아이를 감독할 법정 의무를 다했는지가 중요하게 작용할 것 같습니다.

또 부모의 책임과 함께 국가와 교육 당국의 책임도 언급되고 있습니다. 한국은 한 채의 건물 안에 독립된 여러 세대가 층층이 살고 있는 아파트가 주거형태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합니다. 이에 아파트 형태나 층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사고들을 미리 인지하고 예방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위 사고가 발생한 아파트와 같이 복도식 아파트의 경우 위에서 아래로 물건을 던지는 행위에 대한 안전 교육이 제대로 이뤄졌어야 했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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