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권사들의 3분기 실적이 부진할 전망이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와 미국의 고금리 장기화 우려, 전쟁 등 악재가 산적해 있어서다.
증시전문가들은 실적부진의 영향으로 증권주의 주가가 지지부진한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15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3분기 국내 주요 증권사 5곳(미래에셋증권, 한국금융지주(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삼성증권, 키움증권)의 지배주주 순이익은 7549억 원으로 전망된다. 한 달 전 전망치(8204억 원)보다 8%가량 하향 조정된 수치다.
이들 증권사가 전망치에 부합한 성적표를 받는다면, 올해 분기별 순이익 중 가장 낮은 성적을 기록하는 것이다. 5대 증권사의 지배주주 순이익은 1분기 1조2661억 원, 2분기 8198억 원을 기록했었다. 3분기 전망치는 1·2분기에 비해 각각 40.38%, 7.92% 줄어든 규모다.
증권사별로는 실적 추정치가 엇갈렸다. NH투자증권(-34.92%)과 한국금융지주(-13.69%), 미래에셋증권(-2.04%)의 지배주주 순이익은 전 분기 대비 줄어들 것으로 추정됐지만, 키움증권(18.30%)과 삼성증권(4.82%)은 늘어날 전망이다.
부동산 PF 리스크가 지속된 것이 실적 부담으로 작용했다. 특히 해외 부동산 익스포저(위험 노출액)를 포함하면 위기는 더욱 커졌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국내 25개 증권사의 국내외 부동산금융 익스포저는 47조6000억 원에 달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금리 장기화 우려도 주요 악재로 작용했다. 미국 장기국채 금리가 16년 만에 최고치를 찍고 국내 채권 금리도 덩달아 오르면서 증권사별 채권 운용 손실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고금리는 증시 약세와 함께 증시를 떠받치는 힘인 자금 유입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1분기 50조 원, 2분기 51조 원을 넘긴 투자자예탁금은 3분기 49조 원대로 쪼그라들었다. 이에 시장에서는 증권사들이 주식 거래로 버는 수익 또한 정점을 찍고 반락할 것으로 봤다.
이홍재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전 분기 대비 리파이낸싱 수요 감소 등에 따라 투자금융(IB) 관련 수수료 수익이 둔화된 영향으로 전체 수수료 손익은 전 분기 대비 5.5% 감소할 것”이라며 “운용·기타손익은 채권 및 비시장성 자산 평가손실 기저 영향으로 개선되지만, 조달 비용 확대에 따라 이자 손익은 전 분기 대비 7.7% 감소할 것”이라고 했다.
문제는 증권사 실적이 4분기 들어서도 개선 조짐을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5대 증권사의 4분기 지배주주 순이익 예상치는 6394억 원으로, 3분기 전망치보다 15% 더 하락할 전망이다.
실적 기대감이 줄면서 증권사 주가도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 11곳으로 구성된 KRX 증권 지수는 최근 한 달간 1.22% 하락했다. 증권주와 함께 배당주로 꼽히는 금융주가 반등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같은 기간 KRX 보험 지수는 3.81%, KRX 은행 지수는 2.20% 상승했다.
주요 증권사 중 적정주가가 하향 조정된 곳도 있다. 미래에셋증권의 증권사별 적정주가는 평균 7950원으로, 기존(8222원)보다 3.31% 하향 조정됐다. 키움증권도 기존 13만2273원에서 13만1231원으로 0.79% 떨어졌다.
증권사 실적 개선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강승건 KB증권 연구원은 “증권업종에 대한 투자심리가 개선되는 시기는 내년 중순 이후가 될 것”이라며 “2024년 중순 이후 기준금리가 하락 사이클로 진입할 수 있으며, 2018~2019년 설정된 해외 부동산펀드에 대한 손상 이슈 및 PF 대출 관련 충당금 이슈가 실적에 상당 부분 반영돼 불확실성이 해소되는 국면으로 진입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조아해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현 국내 증권사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은 변동성이 높아 중장기적으로 ROE 제고 방안이 밸류에이션의 주요 관건으로 작용할 전망”이라며 “시장 변동성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인 수익원 확보를 통해 ROE를 높은 수준으로 유지하거나, 배당정책 등 활용으로 ROE를 제고하는 증권사들 중심으로 밸류에이션 리레이팅이 예상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