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추가 검사 실시했어야 한다고 볼 수 없어"
法 "폐암 치료받을 기회를 놓치게 한 잘못"
폐암 발병 우려가 있는 환자를 적절하게 치료하지 않은 가톨릭대학교병원이 17억여 원의 손해배상금을 물어 주게 됐다.
3일 본지 취재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제18민사부(재판장 박준민 부장판사)는 환자 A 씨가 병원을 운영하는 학교법인 가톨릭학원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A 씨는 2018년 1월 두통 증세로 병원 응급실에 내원했다. 의료진은 A 씨에 대한 흉부 방사선 촬영 검사 등을 실시했다.
의료진은 A 씨에 대한 흉부 방사선 촬영 영상 판독 결과, '좌측 폐문부의 종괴 혹은 뚜렷해 보이는 혈관 의증'을 확인했다. 그러나 의료진은 이 같은 사실을 A 씨에게 알리지 않았고, 추가 검사도 실시하지 않았다.
11개월 후 A 씨는 다른 병원에서 건강검진을 했는데, 흉부에 종괴가 발견됐다. 이후 내원해 흉부 CT 검사 결과 폐암을 진단받았다. 이후 암은 뇌와 우측 부신으로 전이됐다.
A 씨 측은 "2018년 1월 이 사건 병변이 발견됐지만 의료진은 제대로 진단하지 않고 병변이 발견된 사실과 추가 검사 여부, 치료 방법과 예후 등에 대해 아무런 설명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폐암 진단이 지연됨에 따라 조기에 치료받을 기회를 상실했고, 폐암이 악화돼 뇌와 우측 부신 전이까지 이뤄졌다"며 병원과 보험사를 상대로 88억여 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병원 측은 "당장 폐암을 의심해야 하는 병변이 아니라 추후 경과 관찰을 통해 확인해 볼 수 있는 소견이었다"면서 "2018년 1월경 폐암으로 진단하고 추가 검사를 실시했어야 한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미 흉부 방사선 촬영 검사 결과 폐암을 의심할 만한 병변이 확인된 이상 위 병변이 혈관성 병변으로 의심된다고 하더라도 이를 명확히 진단하기 위해 흉부 전산화 단층 촬영 등 추가 검사를 시행해야 하는 것이 당시의 의료기관 등 임상의학 분야에서 실천되고 있는 의료행위"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의료진은 약 11개월이 지난 후인 2018년 12월 A 씨가 외부에서 시행한 건강검진에서 이 사건 종괴를 발견하고 내원하자 비로소 폐암 진단을 했다"며 "A 씨가 폐암을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받을 기회를 놓치게 한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
다만 재판부는 의료진이 2018년 1월에 A 씨에 대해 폐암 진단을 하고 수술 등 치료를 시행했더라도 병이 완치됐다거나 뇌와 우측 부신 전이가 발생하지 않았을 거라고 단정하기를 어려운 점 등을 들어 병원 측 책임을 30%로 제한했다.
재판부는 "의료진의 주의의무 위반 내용과 정도, A 씨가 입은 손해의 정도 등 변론과정에 나타난 여러 사정을 참작해 피고들은 A 씨에게 총 17억여 원을 지급하라"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