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파세대 잡아라”…시중은행 미래생존 10대에 달렸다

입력 2023-08-1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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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하나은행)

은행권이 미래 고객층인 미성년을 위한 금융 서비스를 출시하는 가운데 ‘잘파세대’가 시중은행의 생존 전략이 될 것이라는 보고서가 나왔다. 잘파세대는 Z세대와 알파세대의 합성어다. Z세대는 1990년대 중반에서 2000년대 초애 출생한 사람을, 알파세대는 2010년 이후 출생한 사람을 말한다.

19일 하나금융경영연구소에서 발표한 ‘시중은행의 생존전략이 될 잘파세대’ 보고서에 따르면 하나은행에서 올해 6월 잘파세대를 대상으로 수행한 서베이 결과, 대학생 10명 중 8~9명이 시중은행을 통해 처음 금융 거래를 시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중·고등학생은 5명 정도만 시중은행에서 처음 거래를 시작했고, 나머지는 인터넷전문은행이나 유스앱을 통한 것으로 집계됐다.

윤선영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만 14세부터 가입할 수 있는 카카오뱅크미니가 2020년에 출시돼 현재 중고등학생이 타깃이었음을 감안하면 디지털 플랫폼의 침투가 금융거래 패턴을 바꾸는 데 얼마나 빠르게, 큰 역할을 했는지 놀라울 정도”라면서 “중고등학생이 인지하는 금융사 브랜드 상위 10개에는 시중은행보다 카카오, 토스 계열의 빅‧핀테크 브랜드가 다수”라고 평가했다.

앞서 인터넷전문은행들은 잠재고객 유치 차원에서 10대 청소년들을 위한 금융상품을 선보였다. 만 7~18세 이하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카카오뱅크 미니’는 은행 계좌가 없어도 돈을 보관·이체할 수 있으며 교통카드 기능 및 온·오프라인 결제 서비스를 제공해 인기를 끌고 있다. 출시 1년 만에 100만 고객을 돌파했고,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고객 수가 180만 명에 달했다.

토스는 2021년 어린이·청소년용 선불카드인 ‘유스카드’를 출시했다. 만 7세부터 만 16세 어린이·청소년을 대상으로 발급되며, 편의점을 통해 현금을 충전해 사용할 수 있고 온·오프라인 매장에서 결제할 수 있다. 유스카드는 출시 1년 4개월 만인 지난 4월, 누적 발급량이 107만 장을 돌파했다.

윤선영 연구위원은 금융정책이 변하면서 시중은행의 잘파에 대한 관심이 촉발됐다고 분석했다. 금융당국이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방안 중의 하나로 은행권 경쟁 촉진을 위한 인터넷전문은행 등의 신규 플레이어 진입을 허용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은 데다, 온라인을 통해 미성년 자녀 계좌 개설이 가능하도록 제도를 개편됐기 때문이다. 윤 위원은 지점 방문 조건이 사라진 이상 부모는 시중은행뿐 아니라 인터넷전문은행과 증권사를 자녀 거래 대상 기관으로 확대할 것으로 봤다.

최근 시중은행에서는 미성년을 대상으로 한 금융상품을 비대면으로 가입할 수 있는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우리은행은 부모가 은행 방문 없이 비대면으로 미성년 자녀의 계좌를 개설할 수 있는 ‘우리아이 계좌개설’ 서비스를 지난달 출시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고객들의 니즈가 높은 자녀입출금통장 등 상품 가입을 지원하고, 추후 상품군 확대로 고객의 편의성을 확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미성년을 대상으로 한 시중은행의 플랫폼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하나은행의 체험형 금융플랫폼 ‘아이부자 앱’ 서비스의 누적 가입자 수는 100만 명을 돌파했다. Z세대인 자녀 회원과 부모회원이 함께 각자 휴대전화에 앱을 설치해 주고받는 용돈을 기반으로 자녀 스스로 모으고·쓰고·불리고·나누는 금융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한다.

최근 1년간 '아이부자 앱'을 통해 용돈을 받는 자녀는 약 3배가량 증가했으며 아이부자카드와 제로페이를 통해 매월 결제되는 월평균 이용 건수는 약 4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누적 거래건수는 723만 건, 누적 거래액은 235억 원에 달한다.

윤선영 연구위원은 “성인의 경우 자산규모가 관리의 절대적 기준이겠지만 잘파세대는 성장에 따라 거래 조건, 인식이 크게 바뀌기 때문에 시기별 관리 포인트를 변경해 맞춤 제공될 수 있도록 장기적 관점의 체계적 관리 방안을 계획해야 한다”면서 “잘파세대에게 진정한 금융의 가치를 가이드하고 성장에 따른 맞춤 관리를 제공할 수 있어야 이들의 긴 금융여정에 신뢰할 수 있는 동반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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