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청약시장이 입지별 양극화를 넘어 단지별 양극화로 치닫고 있다. 서울에선 수백 대 일의 청약 경쟁률을 기록하는 단지가 속출하고 있지만, 지방에선 청약자가 단 한 명도 없는 곳도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최근에는 수도권이라도 분양가 경쟁력을 갖췄거나, 개발 호재가 확실한 지역이 아니면 수요자의 외면이 이어지는 등 청약시장 내 셈법이 갈수록 복잡해지는 양상이다.
12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전날 1순위 청약을 마감한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 롯데캐슬 하이루체’ 접수에는 일반분양 88가구 모집에 2만1322명이 몰렸다. 평균 경쟁률은 242대 1로 올해 분양 단지 중 최고 경쟁률을 기록했다. 앞서 전국 최고 경쟁률은 3월 서울 영등포구에서 분양한 ‘영등포 자이디그니티’로 98가구 모집에 1만9478명이 지원해 평균 198.8대 1을 기록한 바 있다.
서울지역 청약자만 지원할 수 있는 1순위 해당지역 모집에만 1만6106명이 청약통장을 던진 것으로 나타났다. 또 가장 높은 청약 경쟁률을 기록한 평형은 전용면적 59A㎡형으로 20가구 모집에 6402명이 지원해 평균 320대 1까지 경쟁률이 치솟았다.
지방에서도 청약 경쟁률 고공행진이 이어졌다. 전날 1순위 청약을 진행한 부산 남구 대연동 ‘대연 디아이엘’은 1206가구 일반분양 모집에 총 1만8837명이 지원했다. 평균 경쟁률은 15.6대 1로, 올해 부산에서 분양한 단지 가운데 최고 경쟁률을 보였다. 기존 부산 내 최고 경쟁률은 2월 분양한 ‘에코델타시티 푸르지오 린’으로 평균 12대 1로 605가구 모집에 7328명이 몰렸다.
이렇듯 전국 곳곳에서 ‘청약 불장’이 감지되지만, 동시에 수요자 외면이 이어지는 단지 역시 포착된다. 특히 상대적으로 수요가 적은 지방에선 아예 청약자가 없거나 한 자릿수에 그치는 경우도 나왔다.
지난달 2순위 청약까지 마감한 경남 밀양 소재 ‘수에르떼 밀양’은 45가구 모집에 청약자가 단 한 명도 없었다. 또 4월 경남 거제에서 분양한 ‘한내 시온 숲속의 아침뷰’는 46가구 모집에 1명이 신청했고, 5월 제주에서 분양한 ‘서귀포 휴안1차’도 78가구 일반분양에 청약자는 3명에 그쳤다. 소규모‧나홀로 단지임을 고려하더라도 한 자릿수 청약 지원 결과는 드물다. 실수요자의 선택적 청약이 이어지고 있음을 뜻한다.
박지민 월용청약연구소 대표는 “최근 청약시장은 준수한 입지에 주변 시세 수준이거나 저렴한 경우 실수요자들이 대거 몰릴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특히 청량리 롯데캐슬 하이루체는 전용 59㎡형 기준으로 주변보다 비싼 11억 원대에 분양했다면 성공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청량리 롯데캐슬 하이루체 전용 59㎡형 분양가는 옵션을 포함해 9억 원 이하다. 인근 ‘래미안 미드카운티’의 최근 실거래가는 10억 원으로, 분양가격이 더 저렴하다.
실제로 경기 등 수도권에서도 동탄신도시나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A노선 연장 논의가 진행 중인 평택지제역 인근 등 개발 호재가 있거나, 분양가격이 저렴한 곳을 제외하곤 무더기 미달 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오산시에서 분양한 ‘오산세교 하우스토리 더센트럴’이나 부천시에 짓는 ‘부천역 청담더마크’ 등은 모두 2순위 청약까지 진행했지만, 미달로 마무리됐다.
단지별로 청약 결과가 엇갈리면서 전국 청약경쟁률도 좀처럼 오르질 못하고 있다. 부동산 플랫폼 직방이 집계한 지난달 전국 평균 청약경쟁률은 5.1대 1로 5월 18.7대 1보다 대폭 줄었다. 청약 미달률 역시 지난달 27.4%로 5월 23.5%보다 3.9%포인트(p) 올랐다.
박 대표는 “앞으로 청약시장은 수도권과 지방 모두 입지나 분양가격이 괜찮은 곳은 더 몰릴 것이고, 그 외 지역은 부진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