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두사미로 끝나나…기대만 무성하고 알맹이 없는 ‘은행 제도개선안’

입력 2023-07-05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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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 2월 출범…5개월 대장정 마무리
신규 플레이어 진입 방안 안나와
은행수 늘리기 급급땐 건전성 악화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5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금융지주회장 간담회'에서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TF'를 통해 마련된 개선방안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제공=금융위원회)

경쟁을 촉진해 과점 체제에서 손쉬운 이자장사로 배불리는 은행들의 혁신을 이끌겠다며 2월 출범한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가 5개월의 대장정을 마무리했다. 애초 은행권 경쟁 촉진을 위해 스몰라이선스(인가 세분화) 도입, 챌린저 뱅크(소규모 특화은행) 도입 등이 거론됐지만, 뚜렷한 결과물은 내놓지 못했다.

금융당국은 5일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개선 방안’을 발표하면서 DGB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 추진을 성과로 내세웠다. 이를 통해 30여년 만에 시중은행 시장에 신규진입이 일어나고 지방에 본점을 둔 시중은행이 출연함으로써 기존의 경쟁구도에도 의미 있는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이 외에 뚜렷하게 내세울만한 성과는 없다는 점이 아쉽다. 가장 핵심과제였던 신규 플레이어 진입 방안에 있어서 스몰라이선스 도입이나 챌린저 뱅크 도입 등이 거론됐지만, 미뤄지게 됐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부가 ‘은행은 공공재’라고 외치는 마당에 누가 끼어들려고 하겠나. 정작 은행권 경쟁 체제 강화를 하려면 2금융권을 1금융권으로 바꿔준다든지 이런 부분을 고려하는 것이 나을 것”이라며 “지금 은행권의 이자장사가 나타나는 건 단순히 금리 때문인데, 시장경제 논리대로 흘러가야 하는 것을 정부가 지나치게 개입하면 오히려 문제만 더 커진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미국은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가 터졌어도 챌린저 뱅크 등은 계속 늘고 있는 상황”이라며 “오히려 우리나라는 SVB 파산 사태를 계기로 스몰라이선스나 챌린저 뱅크 도입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이 나오지 않은 점이 아쉽다”고 토로했다.

정작 지방은행에서 시중은행으로의 전환이 대구은행 한 곳에 그친 점을 들어 ‘과점 해소’를 위해 추진한 경쟁 촉진 방안이 공염불에 그쳤다는 의견도 나왔다. 특히 DGB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이 기존 시중은행들과 경쟁하는데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지방은행이 어느 정도의 규모가 되는지, 자기자본이 어느 정도인지가 중요하다”며 “규모가 괜찮으면 시중은행으로 전환해도 문제가 없는데, 규모가 작은 은행들이 무리하게 하다 보면 건전성이 악화되고 부실화하는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상봉 교수 역시 “(대구은행은) 규모 자체에서 기존 시중은행들과 경쟁하는데 있어서 한계가 있어보인다”면서 “이걸 은행권 경쟁체제 강화를 위한 큰 성과로 내세우긴 어려울 것 같다”고 밝혔다.

증권사나 보험사 등 비은행권의 지급결제 업무를 확대·허용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됐으나, 추가 검토해 추진하는 방향으로 결론을 냈다. 비은행권의 지급결제 업무 허용 문제에 대해서는 증권업계나 보험업계가 강하게 주장해왔다. 이에 은행권은 이를 허용할 경우 은행의 투자일임업 전면 확대를 함께 허용해야 한다며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지급결제 허용을 위해 금융당국과 지속해서 협의에 나섰지만,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는 쪽으로 결론이 났다”며 “아직 여지가 남아있는 만큼 금융당국과 조율하며 지속해서 문제점을 보완해 이를 허용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은행 산업을 언제든 경쟁자가 진입할 수 있는 ‘경합시장’으로 전환하겠다고 했다. 이에 대해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단순히 은행의 숫자를 늘리다 접근은 무분별한 시장진입을 허용하고 건전성 악화 문제로 금융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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