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료보고서 안 받고도 발주업체에 계약금 지불
하도급 지침 위반‧특정인 추천 채용 사례도 적발
국민체육진흥공단이 경기 관람 편의를 위해 미사리 경정공원에 AR(증강현실)시스템을 도입했지만, 3년째 사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정장 외부 대형 스크린과 실내 모든 모니터 화면에 오류가 발생한 것인데, 사업 추진 과정에서 담당자들이 동작검사를 누락하는 등 총체적인 관리‧감독 부실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29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국민체육진흥공단(이하 공단)은 최근 ‘AR시스템 도입’ 관련 감사를 벌인 뒤 부작위‧직무태만 등을 이유로 과장급 직원 2명에 대한 중징계 처분을 요구했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공단은 2019년 7월 대형 스크린과 TV 화면을 통해 출전 선수, 날씨 정보, 소개항주(경주 시작전 모터 성능 테스트 활주) 및 기록, 선수들의 결승선 골인 장면 등을 생생하게 볼 수 있는 AR시스템 도입을 추진했다.
총 2억2550만 원의 예산을 들여 같은 해 10월 방송엔지니어링 서비스 업체인 A 사와 발주 계약을 맺었다. 사업 내용은 AR시스템 전용 소프트웨어‧하드웨어 도입, 그래픽 디자인 및 개발, 시스템 운영을 위한 교육, 기술이전, 사후 관리 등이었다.
하지만 공단 담당자들은 검사 과정에서 AR그래픽이 안정적으로 구현되는지 확인하는 ‘동작검사’를 이행하지 않았다. 동작검사에 준하는 관련 문서나 영상 기록도 없었다.
A 사가 납품‧설치‧동작의 완료를 알리는 최종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았지만, 공단 담당자들은 계약금을 지불했다.
그러면서 AR시스템 설치 완료 후 2개월의 안정화 기간 동안 받아야 하는 ‘안정화 보고서’ 역시 받지 않았다. 동작검사 기록, AR시스템 완료보고서, 안정화 보고서 세 가지 서류를 모두 누락한 것이다.
이후 최초 녹화가 시작된 2020년 4월 경정 중계화면에서 그래픽 떨림, 밀림, 사라짐 등 오류가 다수 발견됐다. AR시스템은 곧바로 중단됐고, 3년여가 지난 현재까지 ‘작동 불가’ 상태로 남아 있다. 애초 AR시스템 완료 시점부터 오류가 있었다는 게 공단 감사팀의 판단이다.
또 AR시스템 도입 과정에서 A 사가 하도급을 줬지만, 공단 담당자들은 이를 알면서도 제지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사업 제안요청서 내 ‘소프트웨어 사업에 대한 하도급을 불허한다’는 지침을 위반한 셈이다.
해당 하도급사 인턴이 공단 AR시스템 운영지원팀 직원으로 뽑히기도 했다. AR시스템 도입 업무를 감독하는 공단 B 팀장은 하도급사에 직원 추천을 요청한 뒤 직접 면접위원으로 참석했다.
공단 감사팀은 면접위원 회피신청을 하거나 최소한 인사담당부서 등과 상의해야 하지만, 채용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며 B 팀장에 대해서도 경징계 처분을 의결했다.
공단 관계자는 “커뮤니케이션의 부재가 있었고 소프트웨어 유지보수 과정에서 하도급사가 오류를 부인하고 책임을 미루는 등 어려움이 발생했다”며 “AR시스템은 향후 소프트웨어 보완 등 절차를 거쳐 하드웨어를 사용하는 활용 방안을 수립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