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개비 서포터즈, 엄선된 친구들만 들어올 수 있어” “몰아서 실시하는 교육, 실생활에서 활용 어려워” “교육만큼 필요한 게 간접경험, 시설에선 압도적으로 부족”
자립준비청년 당사자들이 바라는 정책은 ‘관계망 및 간접경험 지원’으로 요약된다.
본지는 자립준비청년들과 심층인터뷰 과정에서 파악한 애로사항을 정책대안으로 가공하고, 각각의 정책대안에 대해 다시 자립준비청년들의 선호도를 물었다. 그 결과, 선호도가 가장 높은 정책은 자조모임인 바람개비 서포터즈 활성화와 자립지원 전담기관 기능·역할 확대였다.
아동정책조정위원회에 당사자위원으로 참여 중인 신선(31·남) 민간위원은 23일 “올해 수도권 서포터즈 14기를 모집했는데, 지원자가 한 자릿수였다”며 “서포터즈에 들어오려면 문턱이 존재한다. 지원서를 내고, 심사를 받고, 1년간 교육을 이수해야 한다. 나름대로 엄선된 친구들만 들어올 수 있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그는 “멘토 모집에 있어선 자격을 관리하더라도, 커뮤니티에 들어오는 데에는 자격을 두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또 지금은 정부·기관 요구에 따라 모이고 활동하는 구조인데, 관리 가능한 범위에서 자율성도 확대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강빈(26·남) 씨는 “현재 자조모임이나 커뮤니티 기능을 공공에서 지원하는 게 바람개비 서포터즈뿐이다. 과거에는 동아리나 소모임처럼 뭔가 함께한다는 측면에서 가볍게 참여할 수 있었는데, 전담기관으로 기능이 이관된 뒤 교육·체험 위주로 운영된다”며 “이는 수요를 떨어뜨릴 수 있다. 단순히 연대한다는 차원에서도 활동이 가능했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이와 함께 자립지원 전담기관에 자립준비청년 당사자가 상주하는 형태의 오프라인 커뮤니티도 대안으로 제시했다.
자립지원 전담기관의 역할·기능 개편에 대한 요구도 컸다. 현재는 보호대상아동에 대한 프로그램이 집체교육 위주다. 수용도가 떨어지고, 개개인의 욕구가 반영되기 어렵다. 신선 위원은 “몰아서 받는 교육은 기억하기도, 어떤 상황에서 활용 가능한지 알기도 어렵다”며 “교육만큼 필요한 게 경험이다. 은행도 가보고, 관공서도 가봐야 하는데 그런 경험조차 없으니 뭔가를 시도해보고, 실패하고, 다시 방법을 찾아 시도하는 순환이 이뤄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박강빈 씨도 “양육시설에 머물던 시기에 다른 것보다 간접경험이 압도적으로 부족했다”고 말했다.
일방적 정보 제공보단 상담, 직·간접경험을 늘려야 한다는 게 자립준비청년들의 공통된 요구다.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취업·진로 체험 프로그램 제공, 지역사회 내 은퇴한 부모세대를 활용한 멘토링 프로그램 등이 예시다. 비자립준비청년을 활용한 멘토링에는 거부감이 컸다. 멘토에 참여하는 목적·의도나 보호대상아동에 대한 감수성을 판단해 걸러내는 게 어려워서다.
사후관리도 그 기간이 보호종료 후 5년 이내라 취업, 주거 마련, 결혼 등 인생의 기로에 직면했을 땐 이미 사후관리 기간이 종료돼 필요한 상담·지원을 받기 어렵다. 장지호(25·남) 씨는 “자립준비청년들이 보통은 또래 친구들과 고민을 공유하는데, 대부분 비슷한 처지라 결혼 준비 같은 누구도 겪어보지 않은 문제에 직면했을 땐 서로 조언을 해주기 어렵다”고 말했다.
자립지원 전담기관 역할·기능 확대를 위해선 인력 보강이 필수적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17개 시·도 자립지원 전담기관의 전담인력은 지난해 120명에 불과하다. 올해엔 180명으로 늘어나지만, 1만2000여 명에 달하는 자립준비청년 수를 고려하면 부족한 규모다. 신선 위원은 “자립지원 전담인력이 너무 적다. 사후관리 기간을 늘리는 것도, 보호대상아동 교육을 내실화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그게 가능하려면 기본적으로 전담인력이 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