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도 기업도 아우성…중소기업의 LOSE-LOSE 게임 [인구절벽 키우는 노동환경]

입력 2023-04-18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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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 직원의 수는 전체 직장인 중 8할 이상일 만큼 다수를 차지 하지만 대접은 시원치 않다. 반대로 기업에서도 육아휴직을 제대로 쓰지 못하는 직원들의 불만을 알면서도 선뜻 개선하지 못하는 현실적 어려움이 있다.

“OECD 최상급”…허울뿐인 제도

믿기 어렵겠지만 우리나라의 육아제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 가장 좋은 조건이다. 표면적으론 말이다.

지난해 OECD에서 펴낸 ‘글로벌 메가트렌드와 미래교육 2022’ 보고서에는 법으로 보장된 우리나라 남성 육아휴직 조건이 결코 나쁘지 않다는 점을 보여준다. 어린아이를 키우는 노동자들에게 주어지는 유급 육아휴직 보장기간은 OECD에서 가장 길다. 8세 이하의 자녀를 키울 때 1년까지도 유급 육아휴직을 쓸 수 있기 때문이다. 2020년 기준 OECD 회원국 평균인 9주에 비하면 5배가 넘는다.

하지만 익명 소통 커뮤니티에 실상은 그렇지 못함을 토로하는 글이 넘쳐난다.

그나마 대기업을 중심으로 남성 육아 휴직자가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지만, 중소기업과 영세기업 종사자에겐 다른 나라 얘기다. 육아휴직 신청이 반려되거나 육아휴직을 했다는 이유로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는 말은 흔하게 들려온다.

H기업 직원 C씨는 “육휴 요건 갖춰서 쓰겠다면 법적으로는 막을 수 없지만, 물론 암묵적인 불이익 받는 거까지도 막을 수 없다”고 꼬집었다.

S기업 직원 D씨도 “법적으론 갈 수 있는데, 육아휴직 쓴다고 하면 평생 푹 쉬라고 할 거 같다”고 했다.

대기업 문화는 바뀌고 있는데...

중소기업 직원들이 육아휴직을 쓰려면 회사뿐 아니라 동료 직원들의 눈치를 살펴야 한다. 남아서 자신의 업무를 대신해 줄 직원들에게 미안해서다. 대체인력에 대한 조직적인 지원이 어려운 중소기업에서 담당자의 공백은 동료직원의 업무 가중으로 이어진다.

지난해 말 고용노동부가 발간한 일·가정 양립 실태조사(2021년)에 따르면 육아휴직을 활용할 수 없는 이유로 ‘동료 및 관리자의 업무 가중으로’가 39.3%로 가장 높았다.

기업 규모가 클수록 육아휴직에 대한 인식이 높았다. 유휴 인력 재배치 등을 통해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어서로 해석된다.

예컨대 배우자(남성) 육아휴직제도의 인식을 묻는 말에 ‘모른다’의 응답 비율은 △5~9인(사업체) 21.9% △10~29인 17.1% △30~99인 8.5% △100~299인과 300인 이상 사업체가 0.0%였다.

정부 노력에도 신생 기업은 어떡하라고...

정부도 육아 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출산율을 높이는 데 중요하다는 인식으로 노력을 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지원금 예산 규모를 지난해 37억 원에서 올해 112억 원으로 3.03배 확대했다.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은 일·가정 양립이 가능해 현장의 수요가 높고 중소기업에서 더 많이 활용된다고 한다.

그러나 정부 지원에도 현실적으로 기업의 문화를 바꾸지는 못하고 있다. 회사 규모가 작으면 지원금을 받아도 큰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신생기업에선 더 그렇다.

스타트업(벤처기업)에서 일하는 E씨는 “임신 중기인데 회사 대표가 출산휴가만 쓰고 자꾸 복직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라며 “이런 얘기할 때마다 녹음 못 하게 하려고 보이스톡으로 하더라”고 고민을 털어놨다.

▲육아휴직은 근로자의 기본 권리임에도 많은 이들이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사진은 아이를 돌보는 엄마의 모습.(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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