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24곳 중 절반, 5년 전보다 유동성 ‘악화’

입력 2023-04-18 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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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평가사 등록 24개사 가운데 12곳, 조정유동성비율 마이너스 전환
BNK투자 -30.6%로 감소폭 가장 커…신영·미래에셋·유진투자증권 뒤이어

증권사 절반의 유동성 지표가 5년 전보다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자기자본 규모가 대형사에 속하는 곳도 유동성 지표에 적신호가 켜졌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 금융시장의 뇌관으로 떠오른 만큼 금융당국은 증권사들의 유동성 지표를 주시하고 있다.

18일 이투데이가 국내 신용평가사로부터 신용등급을 부여받는 24개 증권사의 최근 5개년(2018~2022년) 조정유동성비율 추이를 살펴본 결과 12개사의 수치가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조정유동성비율은 유동성 자산부채에 우발채무를 더해서 보는 지표다. 유동성자산에서 우발부채와 3개월 내 유동성 부채를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판가름할 수 있다. 신평사들이 증권사들의 유동성 대응력 수준을 파악할 때 참고하는 수치다.

가장 큰 폭으로 떨어진 곳은 BNK투자증권이다. BNK투자증권의 조정유동성비율은 지난 2018년 168%에서 작년에 116.6%까지 30%포인트 넘게 하락했다. 같은 기간 신영증권(-23.4%p), 미래에셋증권(-21.5%p)의 비율 감소폭이 20%포인트를 웃돌았다. 유진투자증권(-19.2%p), 삼성증권(-11.2%p), 현대차증권(-10.4%p) 등도 큰 폭으로 떨어졌다.

주목할 점은 자기자본순위로 상위 5위권 내 증권사 대부분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는 것이다. 자기자본 1위인 미래에셋증권뿐만 아니라 두 번째로 자기자본이 큰 NH투자증권의 조정유동성비율도 1.8%포인트 낮아졌다. 특히 미래에셋증권은 지난해 조정유동성비율이 94.8%로 기준치 100%를 밑돌았다. 올해 1분기의 경우 그 수치가 100%를 웃돈 것으로 예상되고 있지만 100%에서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는 것은 주의할 필요가 있다는 신호로 여겨지고 있다. 신평사 관계자는 “조정유동성비율이 100%에서 등락을 반복하고 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신평사들은 조정유동성비율의 변동성이 일시적인지 추세적인지를 주목한다. 신평사 관계자는 “최근 5개년간 구조적으로 조정유동성비율이 100% 미만이었다면 당연히 유동성 관리에 문제가 있다고 본다”며 “그러나 일시적인 현상이고 다시 100%를 넘었다면 앞으로도 조정유동성비율 100% 이상에서 유동성을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고 판단할 수 있어 큰 문제로 삼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주의선인 100%를 하회한 곳은 미래에셋증권과 유진투자증권(93.7%) 두 곳이다.

조정유동성 비율 수치가 5년 새 가장 많이 오른 곳은 교보증권이다. 교보증권의 조정유동성비율은 지난해 118.1%로 2018년(89.7%) 대비 31.7%포인트 올랐다. 메리츠증권은 2018년 84.1%에서 24.6%p 늘면서 지난해 104.8%를 기록, 기준선 100%를 넘어섰다. 같은 기간 하이투자증권(19.0%p), 한양증권(11.9%p), SK증권(10.0%p), 유안타증권(9.2%p) 등도 높은 상승률을 기록하며 100%대를 상회했다. 유동성 지표가 가장 안정적인 곳은 한화투자증권(129.4%), SK증권(122.5%)으로 집계됐다. 다만 SK증권은 작년 9월에 100.8%를 기록한 이후 회복한 수치라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한 곳으로 꼽힌다.

또 다른 신평사 관계자는 “조정유동성비율이 100% 미만이면 유동성 측면에서 부담은 확실히 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최종적으로 신용위험으로 확대될 가능성에 대해 검토가 필요하다”며 “다른 지표도 수치가 하락한 상태에서 조정유동성비율의 하락폭이 크다면 모르겠지만, 다른 지표들 개선됐는데 조정유동성비율이 잠시 빠진 거로는 신용등급 변동까지 갈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대신 그런 상황 지속되면서 다른 지표들 훼손까지 이어지겠다 싶을 때 (등급 변동을) 검토해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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