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예금 만기를 앞둔 A 씨는 새로 정기예금에 가입하기 위해 다양한 상품을 살펴봤다. 시중은행에선 1년 만기 연 5% 금리를 제공하는 상품에, 저축은행에선 연 6%대 금리를 제공하는 상품에 마음이 갔다. 하지만 A 씨는 최근 금리가 고점을 찍은 것으로 예상되자 이보다 금리는 다소 낮지만 3년 만기, 연 4.65% 금리의 시중은행 정기예금 상품에 가입했다.
최근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에도 불구하고 장기 예금 상품 가입을 고민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예금 시장에서 금리가 고점을 찍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어서다. 당장엔 6개월~1년짜리 정기예금 상품에 가입하는 것이 유리하겠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3년 만기 상품에 지금 가입해 두는 것이 더 많은 이자이익을 거둘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1일 현재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정기예금 금리는 1년 만기 기준 연 4.70~5.00%다. 하나은행의 '하나의정기예금'은 1년 만기 기준 연 5.00%의 금리를 제공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의 'KB Star 정기예금'이 1년 만기 기준 연 4.70% 금리로 가장 낮다.
반면 이들 4대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3년 만기 기준 금리는 연 4.18~4.65%로 다소 낮아진다. 신한은행의 '쏠편한 정기예금'과 우리은행의 'WON플러스예금'이 3년 만기 기준 최고 4.65%의 금리를 제공한다.
당장 현재 금리만 봐서는 1년 만기 상품에 가입하는 것이 유리해 보인다. 1년 기준으로는 더 많은 이자이익을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장 상황을 볼 때 1년 후 금리가 1%포인트(p)만 내려가더라도 지금 3년 만기 장기 예금에 가입하는 것이 유리하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내외 불확실성으로 인해 앞으로 1년 뒤 시장 상황을 예측하기란 쉽지 않다"면서도 "단순 계산만 해보더라도 금리가 1년 뒤 1%p 낮아진다고 예상하면 3년 만기 상품에 가입하는 것이 이자 수익이 더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4000만 원을 3년 만기, 연 4.65% 금리로 정기예금에 가입하면 만기 시 472만680원(세후)의 이자이익을 거둘 수 있다. 하지만 연 5.00% 금리의 1년 만기 상품에 가입한 뒤, 이후 금리가 1% 떨어진다고 가정해 연 4.00% 금리로 남은 2년 만기를 계산하면 3년간 총 이자이익은 439만9200원(세후)이 된다. 3년 만기 상품에 지금 가입해 두는 것이 32만 원가량 더 이익을 보는 셈이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한은이 내놓은 목표 기준금리를 고려할 때 추가 상승분이 크지 않은 데다 내년 하반기부터 시장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전망도 지속해서 나오고 있다"며 "목돈을 굴리려고 한다면 단기적인 시야보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이날 블룸버그 통신 등에 따르면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12월부터 금리 인상 속도를 조절할 것이라고 시사했다. 파월 의장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워싱턴 D.C에 있는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 연설에서 "인플레이션을 낮추기에 충분한 억제 수준에 접근함에 따라 금리 인상 속도를 완화하는 것이 타당하다"면서 "금리 인상 속도를 완화할 시기는 빠르면 12월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