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사과·정부책임론’ 유승민이 질주하는 이유

입력 2022-11-0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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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발생 뒤 이상민 파면·한덕수 경질 요구
여권 ‘늙은 이준석’ 꼬리표에 “당 나가라” 거센 반발
역선택 방지 조항 도입시 당 대표 출마 배제될 수도
한 친유계 의원 “마음을 비우고 바른 소리 하는 것”
‘차기 대권주자’로 당 대표 출마 큰 뜻 없다는 해석도

▲유승민 전 의원이 지난달 29일 오전 대구 북구 경북대학교에서 ‘무능한 정치를 바꾸려면'을 주제로 특강하고 있다. (뉴시스)

유승민 전 의원의 발언이 거침없다. 이태원 참사 대응과 관련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을 파면하라고 한 데 이어 외신 기자회견에서 웃으며 농담한 한덕수 총리의 경질을 요구하며 비판 수위를 높이고 있다.

유 전 의원은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이틀 뒤인 지난달 31일 “국가는 왜 존재하냐. 위험할 정도로 인파가 몰릴 것을 미리 예상하고 정부는 사전에 대비했어야 한다”며 정부를 질책했다. 그러면서 “경찰을 미리 배치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다” 등 부적절한 언행으로 논란을 빚은 이 장관을 파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총리를 향해서도 “전 세계가 보는 앞에서, 참사로 희생당한 영혼들을 욕보이고 국민들을 부끄럽게 만들었다”며 사실상 경질을 요구했다. 이후 지난 2일 밤 건국대에서 열린 특강 후에서도 유 전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이 이태원 참사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하며 “대통령의 결단이 하루하루 늦어질수록 민심과 멀어질 것”이라고 직격했다.

여권은 연일 강경 발언을 쏟아내는 유 전 의원을 향해 ‘늙은 이준석’이라고 비난했다. 김재원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지난달 18일 KBS 라디오에 출연해 “지금 유 전 의원의 모습은 ‘늙은 이준석’”이라며 “늙은 이준석이 다시 당 대표가 되면 과연 윤 대통령에게 도움을 주겠느냐”고 꼬집었다. '친윤계'인 청년 정치인 장예찬 청년재단 이사장도 3일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민주당도 안 하는 주장을 유 전 의원이 선제적으로 한 것은 굉장히 얄팍한 정치적 노림수”라며 “이런 식으로 정치할 것이라면 그냥 나가서 하라”며 쏘아붙였다.

일각에서는 유 전 의원이 ‘제2의 이준석’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차기 당대표 여론조사 1위를 기록하는 그를 견제하기 위해 '역선택 방지 조항'을 도입해야 한다는 나온 주장이 나온 배경이다.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달 14일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역선택 방지 조항은 당연히 해야 하는 것이고 반론의 여지가 없다”고 단언했다. 현행 당원 70%, 일반 여론조사 30% 비율을 조정해 당심 투표 반영 비율을 높이면, 당심보다 민심에서 우위에 있는 유 전 의원이 배제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유 전 의원의 행보를 두고 한 친유계 의원은 “마음을 비우고 바른 소리를 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지난달 유 전 의원이 밝힌 것처럼 “윤석열 정부가 잘하면 높이 평가하고 잘못하면 계속 할 말을 하겠다”는 ‘쓴소리 의지’라는 것이다. 유 전 의원은 윤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줄곧 주요 현안에 목소리를 내왔다. 지난 8월 방한한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을 만나지 않은 윤 대통령의 판단을 비판했고, 취임 100일을 맞은 윤 대통령에게 ‘악마의 대변인(devil's advocate)’ 역할을 할 사람을 두라며 충고했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당 윤리위 추가 징계를 받았을 때도 “한심한 짓”이라며 윤 대통령과 ‘윤핵관’에게 거침없는 비판을 쏟아냈다.

이에 애초 당 대표에 출마할 마음이 없다는 해석도 나온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유 전 의원의 최종 목표는 당 대표가 아닌 대통령이지 않겠냐”며 “사람들은 윤 대통령에게 잘 보이려고 하는 행동인 것을 알고도 힘을 실어주기 위해 표를 주기도 한다. 적어도 누가 바른 소리를 하는지 정도는 안다. 바른 소리를 등에 업고 나중을 대비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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