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이태원 참사를 ‘사고’로 표기한 것에 대해 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희생자를 모독하는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박 전 원장은 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단순한 사고로 정리하고 사고에 의한 사망자로 처리한다면 희생자에 대한 모독이며, 정부 당국의 책임을 회피하려는 처사로밖에 볼 수 없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태원 참사 희생자’로 바로잡으라고 촉구했다.
앞서 행정안전부는 참사 하루 뒤인 지난달 30일 전국 17개 시·도에 △참사→사고 △희생자→사망자 △피해자→부상자라고 표기하라고 공문을 내렸다. 이에 서울시는 시청 앞 광장과 녹사평역에 마련된 분향소를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분향소’로 명명했다.
김성호 행정안전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은 “가해자와 책임 부분이 객관적으로 확인되거나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중립적 용어가 필요해 이렇게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박 전 원장을 비롯해 야권에서는 정부가 책임을 회피하기 위함이라고 주장한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정부가 명백한 참사를 사고로 표현해서 사건을 축소하거나, 희생자를 사망자로 표현해서 책임을 회피하려는 불필요한 논란을 일으키지 말아야 한다”라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오직 희생자의 장례 절차와 추모, 유가족의 위로, 부상자의 치료 지원에만 집중해주길 거듭 당부드린다”고 강조했다.
행안부가 공무원들에게 ‘근조(謹弔) 글씨가 없는 검정 리본을 달라’는 지침을 내린 것에 대해서는 “행정력을 소모할 때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같은 당 위성곤 의원 역시 “사망자에 대한 사전적 의미는 죽은 사람이고, 희생자의 사전적 의미는 어떤 일이나 사건으로 말미암아 죽거나 다치거나 피해를 본 사람이다”라며 “이태원 참사로 희생된 155분이 그냥 죽은 사람인가”라고 반문했다.
한편 이번 국가애도기간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태원 사고 희생자 애도,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고 적힌 근조 리본을 패용했고, 민주당은 ‘추모’라고 적힌 검은색 리본을 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