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 연체율은 역대 두 번째로 낮아
예금 잔고도 팬데믹 이전보다 5배 많아
1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2위 은행인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고객 데이터 분석 결과, 소비가 여전히 강세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올해 3분기 BoA 고객의 신용카드 지출은 전년 동기 대비 13% 증가했다. 특히 비필수재 소비인 여행과 오락에 돈을 많이 쓴 것으로 나타났다. 예금 잔고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 대유행) 이전보다 5배 많았다. 또한 대출 자산이 늘었지만, 부실채권 비율은 낮았다. 현재 신용카드 연체율은 BoA 사상 두 번째로 낮은 수준이다.
브라이언 모이니핸 BoA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3분기 실적 발표 후 콘퍼런스 콜에서 “은행 고객들의 탄력성과 견조함이 여전히 강하게 유지되고 있다”고 밝혔다.
개인 소비만 양호한 게 아니다. BoA는 대출 기업들의 신용이 상향됐다고 밝혔다. BoA가 기업 신용 악화를 측정하는 척도로 쓰는 이른바 ‘상업지급준비금’은 3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27% 감소한 177억 달러(약 25조 원)를 기록했다.
미국 인플레이션율이 40년래 최고치로 치솟고,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물가 압박을 완화하기 위해 고강도 긴축에 나서면서 소비 위축 우려가 커졌다.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3분의 2가량을 차지하는 소비가 둔화하면 경기침체 확률도 높아진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CEO는 지난 14일 실적을 발표하면서 “미국 경제에 허리케인이 다가오고 있다”는 기존 신중론을 반복했다. 그는 팬데믹 때 소비자들이 쌓아놓은 저축이 내년 중반 모두 소진될 것으로 예상했다.
WSJ가 전날 발표한 이코노미스트 대상 설문 조사 결과에서도 63%가 내년 경기 침체를 예상했다. 경기 침체를 전망하는 전문가 비율이 절반을 넘어선 것은 팬데믹 우려가 정점을 찍던 2020년 7월 이후 처음이다. 지난 7월 조사 때만 해도 응답자의 49%만 경기 침체를 예상했다.
시장의 잇단 경고와 달리 소비 여력이 아직 견고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경기침체를 피할 수 있다는 낙관론에도 무게가 실린다. 모이니핸 CEO는 높은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에도 미국 경제가 받는 타격이 크지 않을 것으로 낙관했다. 연준의 공격적 긴축 행보로 전 세계가 살얼음판을 걷는 가운데 미국 경제만 ‘나홀로’ 강세를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