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전문가 5인 인터뷰
인플레이션과 한바탕 전쟁에 나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예상을 뛰어넘는 ‘금리인상 속도전’에 나서면서 국내 증시는 쑥대밭이 되고 있다. 고금리·고물가·고환율의 ‘3高’ 현상이 증시를 집어삼키는 가운데 경기침체 우려가 불거지며 기업들의 영업이익 전망치도 내려갈 가능성이 커졌다. 올해 내내 증시 하락에도 ‘저점 매수’를 외치며 투자에 나선 개미 투자자들은 망연자실한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시장의 공포가 극에 달해 한치앞을 보기 힘든 만큼 당분간은 리스크 관리에만 집중할 때라고 보고 있다. 역대급으로 치솟고 있는 금리와 환율 등 거시경제 지표들이 안정화되기 전까지는 전망도 무의미하다는 설명이다. 주식 등 위험자산 대신 현금성 자산을 최대한 늘리는 방향이 최선이란 조언이다.
28일 이투데이와의 인터뷰에 응한 전문가 5인은 올해 연말까지 국내 증시가 변동성이 계속되는 가운데 저점을 더 키울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미디어콘텐츠 본부장은 “경기 침체에 들어가는 것은 기정사실화돼 있으니 상승은 제한돼 있고 바닥도 지금 현재 수준 정도로 박스권으로 진행될 것”이라며 “경기가 돌아서는 시점인 내년 말이나 돼야 본격적으로 시장이 견고해질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직 주가는 기업들의 내년도 실적이 올해보다 늘어날 거란 전망을 반영하고 있지만, 경기침체가 현실화돼 실적이 줄어들 것으로 추정되면 저점을 더 낮출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센터장은 “환율이 급변하고 금리가 오르는 등 (증시를 둘러싼) 환경이 워낙 급변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현재 이익 추정치보다 내년도 이익추정치가 5% 줄어든다고 할 경우 코스피 하단으로 1920까지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금리 상승속도가 예상범위를 넘어섰기 때문에 사실 지수 전망을 얘기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한 상황”이라며 “현재 구간이 과매도 구간이긴 하나 뚜렷한 반전의 계기가 보이지 않고, 단기금리가 4%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당분간 투자는 어려울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특히 금리와 환율 지표가 안정화되기 전까지는 벨류에이션(가치평가)도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재선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금리나 환율이 진정이 되면 작동하지 않던 밸류에이션 지지선이 작동할 수 있을 것”이라며 “미국채 금리가 진정해야하고, 파운드화, 엔화 약세, 달러 강세도 잡혀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금과 같은 장세에선 주식 등 위험자산 대신 현금성 자산을 늘리는 것이 최선의 투자전략이라는 데에도 의견을 모았다.
최유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주가 반등은 기술적 반등은 물가 지표가 꺾이면 가능할 수 있으나 본격적인 반등은 내년 상반기를 지나야 가능할 것 같다”며 “현금 비중을 늘리는 게 맞는 상황으로, 연말까지는 매크로 상황이 안정되는 지 여부를 지켜보고 투자에 나서는 게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승우 센터장은 “(시장이) 워낙 빠르게 급변하는 상황이라 섣불리 관리하기 쉽지 않다”며 “자산가격이 전체적으로 많이 내려갈테니 투자를 줄이고 현금 내지는 채권 비중을 늘리는 게 제일 낫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안영진 SK증권 연구원은 “현재 시장은 급락하는 과정이고 영국에서 금융 리스크가 불거지면서 금융위기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며 “리스크를 생각하면 현재 위험관리는 현금을 보유하는 것이 최고다. 지금은 현금이 가장 파워풀한 자산”이라고 밝혔다.
다만 지금 시점에서 현재 들고 있는 주식 등 자산을 투매할지 여부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렸다.
이재선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현금이 있으면 지금 국면에서 사들이기는 애매하고 변동성이 너무 큰 구간이라 들고있거나 지켜보다가 나중에 던지는게 더 좋을 것”이라며 “포지션의 급작스러운 변화를 하는 구간은 아니라 일단 심리가 진정되고, 시장이 안정화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