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통 증권사와 토스증권의 예탁금 이용료율이 2배가량 차이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토스증권은 전날부터 예탁금 이용료율을 기존보다 0.2%P 올려 1%로 맞췄다. 금액 제한도 두지 않아 예탁금으로 누구나 연 1% 이자를 받을 수 있게 했다.
반면 전통 증권사들의 예탁금 이용료율은 토스증권의 절반 수준이다. 이마저도 금액별로 차등을 둬 토스증권보다 크게는 1/10 수준이기도 했다. 국내 최대 증권사인 미래에셋증권은 다음 달부터 평잔 50만 원 이상인 고객에 한해 예탁금 이용료율을 0.4%로 올린다. 기존엔 0.2%였다. 평잔이 50만 원 미만인 경우엔 예탁금 이용료율 0.1% 유지한다.
증권사의 예탁금 이용료율은 한국증권금융의 투자자예탁금 운용 수익을 기반으로 증권사가 결정한다.
지난달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1.25%에서 1.5%로 올리면서,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은 일제히 예·적금 금리를 올렸다. 0.25~0.60%를 올리면서 예·적금 금리는 3%대에 근접한 상태다. 하지만 증권사들은 예탁금 이용료율을 올려도 소폭에 그치는 등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최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 35곳의 평균 예탁금 이용료율은 0.199%다. 구체적으로 KB증권은 3월 평잔 100만 원을 초과하는 계좌에 한해 예탁금 이용료율을 0.15%에서 0.42%로 올렸다. SK증권도 평잔 100만 원 초과에 대해 0.10%에서 0.25%, 100만 원 이하에 대해선 0.05%에서 0.10%로 인상했다. 이 외 신한금융투자 0.3%(평잔 50만 원 이상), 하나금융투자 0.15%(평잔 100만 원), 키움증권 0.2%(평잔 50만 원 이상) 등이다. 예탁금 이용료율을 올려도 0.5%도 채 되지 않는 셈이다.
그러는 사이 투자자 예탁금은 줄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3일 기준 투자자 예탁금은 59조9664억 원으로 연초(71조7327억 원)보다 11조7663억 원 줄었다. 이달 들어 183억 원이 이탈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빅스텝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으면서, 0%대 증권사 예탁금 이용료율에 대한 불만은 커지고 있다. 전날 이 총재는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회동 이후 기자들과 만나 “데이터가 불확실한 상황이라서 앞으로 빅스텝을 완전히 배제할 수 있느냐를 말씀드릴 단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지난달만 하더라도 이 총재는 큰 폭으로 기준금리를 조정할 필요성은 크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예탁금 이용료율 인상 가능성에 대해 “금리 상황보고 그에 따라서 추후 논의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예탁금을 증권 계좌에 두는 것보다 1%대의 금리를 주는 CMA에 넣어두는 게 낫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