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2015~17년 이후 가장 심각한 유출 직면
위안화 가치, 일주일 새 2% 하락
뉴욕증시도 혼란, 나스닥 이달 12% 이상 급락
27일 홍콩 영자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미 연준이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상황에서 최근 두 달간 외국인 투자자들이 중국 주식과 채권시장에서 빠르게 이탈하고 있다.
연초 3600선에서 거래되던 중국증시 상하이종합지수는 현재 2800선까지 하락했으며 중국 국채 10년물 국채 금리는 1월 2.694%로 저점을 기록한 후 지금은 2.85%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채권 금리는 가격에 반비례하는데, 투자자들이 국채에서 손을 떼면서 가격이 내렸다.
거듭되는 자금유출에 위안화도 강한 평가절하 압박을 받고 있다. 달러·위안 환율은 연초 6.36위안에서 현재 6.56위안으로 올랐다. 특히 지난 한 주간 중국 역내 시장에서 위안화 가치는 2% 가까이 내린 것으로 집계됐다.
미국 증시도 전날 인플레이션과 그에 따른 연준 긴축의 가속화 불안, 중국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공포 등 온갖 악재에 급락했다. 다우지수와 S&P500지수는 각각 2.38%, 2.81% 하락했고 나스닥지수는 3.95% 떨어졌다. 특히 나스닥지수는 이달에만 12% 이상 하락하며 52주 신저가를 경신했다.
경기둔화 우려가 커지자 중국 정부가 나서 시장과 산업에 지원을 약속한 상태지만, 전례 없는 자본유출에 당국자들도 놀라는 눈치다. 지난주 주광야오 전 재정부 부부장은 한 경제포럼에서 “현재 미국 통화정책 조정은 규모와 속도 면에서 분명히 전례 없는 일”이라며 “우리가 현재 직면한 가장 큰 압박”이라고 말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보아오포럼에서 연준을 겨냥해 “일부 국가에서 비롯한 정책 조정이 부정적 파급을 일으키지 않게 해야 할 것”이라며 경계했다.
중국 정부가 경기 둔화에도 사실상 기준금리인 대출우대금리(LPR)를 석 달째 동결한 것 역시 현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는 게 시장 중론이다. 앞서 시장에선 인민은행이 경기 회복을 위해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펼치면서 LPR를 인하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인민은행은 4월 LPR를 3.7%로 유지했다. 연준이 금리를 계속 올릴 계획인 터라 인민은행이 LPR를 내린다면 금리 차가 더 줄면서 중국 자본시장의 메리트가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당국이 금리 인하 대신 다른 방식으로 지원책을 펼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중국이 지금과 같은 심각한 자본유출을 마지막으로 겪은 것은 2015~2017년 사이다. 당시 정부는 엄격한 자본 통제와 외환보유액의 4분의 1을 방출하는 등의 극약처방으로 문제를 해결했다. 실제로 인민은행은 내달 15일부터 시중은행의 외환보유액 설정 기준을 1%포인트 낮추는 외화 지급준비율 인하를 단행하기로 하면서 환율 하락 대응에 나선 상태다.
여전히 전문가들은 연준이 어떤 행보를 보이든 중국 경제에 막대한 손실을 입힐 수 있다고 경고한다. 내달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선 50bp(1bp=0.01%p) 인상까지 점쳐지고 있고, 중국은 엄격한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경제성장률 전망이 갈수록 어두워지고 있기 때문이다.